사랑이라는 이름의 호크룩스

by 청운서점

해리 포터 세계관의 숙적, 볼드모트.

그는 영생을 꿈꾸며

자신의 영혼을 일곱 조각으로 찢어 숨겼다.

바로 ‘호크룩스’다.


볼드모트가 아기 해리를 공격하던 찰나,

그의 마지막 영혼 조각이

해리에게 심겨져버린다.


해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볼드모트의 마지막 호크룩스가 되고 만 것이다.


이 지독한 연결 때문에

볼드모트를 끝내려면

해리 역시 죽음의 문턱을 넘어야만 하는

가혹한 운명에 놓인다.


결전의 순간,

온통 흰 빛으로 가득한 기차역에서

해리는 자신을 옭아매던

흉측한 영혼 조각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본다.


타인의 영혼이 사라진 뒤에야

해리는 비로소 온전한 자신으로 다시 태어난다.


요즘 나는 내 마음속에

아이가 너무 깊게 박혀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부모로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둔 엄마로서

당연한 애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밀도가 지나치다.


온 정신이 아이라는 궤도에만 쏠려 있고,

그만큼 불안의 중력도 커졌다.

내 삶의 중심축이 흔들릴 정도다.


나는 아이를 사랑하지만,

아이가 내 삶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어쩌면 나는 아이의 인생을 담보로

내 몸 안에 ‘아이의 호크룩스’를 만들어버린 건 아닐까.


아이의 기쁨이 곧 내 기쁨이 되고,

아이의 불안이 곧 내 불안이 되어버린 상태.

아이가 아프면 내가 먼저 무너지고,

아이가 흔들리면 내 세계도 함께 침몰한다.

이것은 숭고한 사랑이 아니라,

위험한 ‘융합’이다.


내 영혼의 조각을 아이에게 맡기고,

아이의 그림자를 내 영혼에 이식한 채

서로를 갉아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해리가 살아남기 위해

볼드모트의 영혼을 떼어내야 했듯,

나 역시 나 자신으로 온전히 존재하기 위해서는

아이라는 호크룩스를 내 안에서 분리해내야 한다.


이것은 아이를 덜 사랑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더 지혜롭게 사랑하기 위한 결단이다.


내가 먼저 ‘나’라는 단단한 대지로 바로 서야만,

그 위에 핀 아이라는 꽃을

온전히 지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흉터가 더 이상 아프지 않은 해리의 평온함이

나의 육아에도 깃들길 바란다.


이제 내 몸에서 아이의 호크룩스를 떼어낼 시간이다.


경로를 재탐색한다. 이번엔 나를 구할 차례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