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온 세상인 때가 있었다.
그 불안을 마음속에만 꾹꾹 눌러 담다 보니
나의 세계는 결국 고통으로 가득 찼다.
살아야 했다.
그래서 더는 혼자 붙들고 있지 않기로 했다.
정확히는,
붙들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흘러넘쳤다.
눈물이, 말이, 혹은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한바탕 쏟아내고 나서야
겨우 숨이 트였다.
그 틈으로 스스로를 향한 작은 위로가 들어왔다.
주변의 따뜻한 마음도 그제야 자리를 찾았다.
물론 그 위로는 아직 미약하다.
이따금 불안의 파도에 다시 잠기기도 한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위로’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 인식 하나가 씨앗이 되었다.
불안이 깊이 뿌리내렸듯,
위로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번져가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마음 어딘가에 숨어 있을 숨구멍을 찾기 위해
‘글’이라는 곡괭이로 내 안을 두드린다.
지도도 없고,
한 치 앞을 밝힐 불빛도 없을 때가 있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다.
가만히 서 있으면
나는 다시 그 터널 속으로 가라앉을 테니까.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나는 계속 헤집는다.
당장 아무것도 건지지 못해도 괜찮다.
뒤집힌 흙 사이로 새로운 공기가 스며들고
내 마음은 조금씩 숨을 배운다.
그러다 문득,
곡괭이 끝에 아주 가벼운 것이 걸려 나온다.
ㅎㅎㅎ.
의미를 붙이기엔 아직 이르고
웃음이라 부르기엔 작다.
그래도 분명히,
이전에는 없던 것이다.
나는 다시 곡괭이를 든다.
ㅎㅎㅎ.
좋다.
조금씩, 나는 치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