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만두집이 있었다.
그러다 사라졌고,
얼마 전 다시 생겼다.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일(1) 만두’를 해야 하는 주민으로서,
이 재개업 소식은 단순한 뉴스 그 이상이었다.
만두 찜기의 뚜껑이 열리는 순간,
내 삶의 질도 한 단계쯤 격상되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나는 만두집의 존재가 일종의 ‘동네 복지’라고 믿는다.
우리에게는 냉동실 문을 열어 차가운 비닐을 뜯는 마른 만두 말고,
찜기 위에서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채 김을 펄펄 내뿜는 ‘살아있는’ 만두를 먹을 권리가 있다.
만두 매니아로서 나의 지론은 단호하다.
자고로 만두는 여름보다 겨울이다.
아무리 얼음 가득한 아메리카노가 세상을 지배해도,
만두만큼은 입안이 델 듯 뜨거운 온도로 그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만두에 대한 예의다.
그런데 사장님은 하필 한여름의 한복판에 가게 문을 여셨다.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만두의 맛이 아니라, 이 집의 생존이.
결국 나는 ‘만두집 사수 작전’에 나섰다.
일주일 ‘일만두’의 원칙을 깨고 ‘이만두’, ‘삼만두’까지 구매량을 끌어올리며 나름의 충성도를 증명해 보였다.
하지만 한여름의 습격은 내 충성심보다 집요했다.
가끔 손님이 없어 불 꺼진 가게를 볼 때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져 묻고 싶었다.
‘사장님, 혹시 오늘은 제가 덜 먹어서 그런가요?’
다행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 꼬리를 내리고,
옷깃을 여미며 종종걸음을 치는 계절이 왔다.
WINTER IS COMING.
하얀 수증기가 골목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찜기의 포효와 피어오르는 연기의 퍼포먼스는 그 어떤 홍보보다 강렬했다.
그제야 나는 안도했다.
만두를 사기 위해 늘어선 긴 줄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다림이 길어진다는 건,
적어도 오늘 내가 돌아갈 때까지 만두가 존재할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였으니까.
평소처럼 일만두를 수행하러 갔으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수증기가 보이지 않는다.
불이 꺼져 있다.
설마………..
다가간 문 앞에는 짧고 강렬한 문장이 붙어 있었다.
“재료 소진으로 금일 영업 마감합니다.”
아, 이 얼마나 기분 좋은 좌절인가.
나의 조바심이 기우였음을,
이 동네의 복지가 이제 안착했음을 알리는 훈장 같았다.
수증기가 다시 옅어지는 계절.
만두 축제가 한 박자 쉬어가는 자리에 ‘오메기떡’이라는 새로운 메뉴가 등장했다.
아마 사장님은 겨울의 2회차를 준비하며,
지금쯤 묵묵히 반죽을 치대고 계실 것이다.
다가올 여름을 함께 견디며
다시 겨울의 축제를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