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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타리

식당에서 지칠 때마다

by 밥 짓는 사람

"너 옷이 그게 뭐냐? 게타리 좀 챙겨라"

엄니가 제 꼴을 보고 하는 말씀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잔소리지요.

어쩔 때는 똑같은 잔소리에 머리 뒷골이 당길 때도 있지만 , 늘 그 말을 듣는 포인트가 너무 적절해서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어요.


게타리를 추스르고 나면 가게가 어질러진 것이 보입니다. 나부터 추스르고 나야 흐트러진 것들이 보이니까요.

옛날 방식의 어르신 밑에서 일을 배우면 ,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지요. '자세' '정리정돈'

엄니는 남의 가게 일을 하실 때도 본인이 마음에 드실 때까지 '준비태세'를 강조하고 밑에 있던 직원들을 닦달하는 것으로 워낙 악명이 높으셨어요. 그래서 지금도 따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역설적이지요. 그렇게 배워놓고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찾아오니 말입니다. 아무튼 예전 이야기입니다. 저는 그 방식대로 따라가지는 못하니까 오늘도 게타리만 잘 추스르고 말겠습니다.


게타리가 방언인 줄은 사실 오늘 알았습니다. 저는 일상적으로 듣는 잔소리인데, 어머니가 워낙 이상한 조어를 많이 쓰셔서 원래 있는 표준어인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의 대표적인 오타로는 '삼치'가 있습니다. 우리가 많이 먹는 동원참치 캔 그것을 발음을 잘 못하셔서 삼치 라고 하세요. 어릴 때 워낙 참치볶음밥을 좋아해서 거의 매일 싸들고 학교를 다녔는데 , 그때부터 참치를 삼치 라고 하십니다. 저나 여동생은 잘 알아들어요. 삼치.

그럼 진짜 삼치는 어떻게 하냐? 사실 삼치를 잘 먹지도 않을뿐더러 어쩌다 삼치가 나오면 '삼치'라고 말하고.. 에 그러니까 알아서 잘 구분됩니다. 그 삼치는 사소한 삼치인 것이고, '삼치'가 진짜 참치 캔 인 것이지요.


아! 그러고 보니 발음이 어려워서 그냥 대충 쓰시는 말로는 치킨타월이 있습니다. 어떤 쇼츠에서 그 에피소드가 나오던데 , 저는 너무 반갑고 웃겨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치킨타월이지요. 주방에서 쓰는 그것 말입니다.


아! 게타리는 찾아보니 '허리띠'의 충남 방언이라고 하네요. 저는 서울 표준어를 듣고 살아온 사람인데 ,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는 충청의 피가 흘렀습니다. 가게에서 서빙을 하고 청소를 하다가 '오늘은 왜 이렇게 손님이 없지?'라고 창밖을 힐끔 보고 있었습니다. '게타리가 그게 뭐냐!'라고 또 일갈하십니다. 제 바지춤이 어정쩡하게 흘러 있으니 장사가 잘 될 리 있습니까? 저부터 단속 잘하고 잘 당겨서 정신 차리고 손님을 기다리겠습니다. "혁대"를 잘 조여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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