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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 짓는 사람 Jan 09. 2022

버터 다리미

영화 , 그리고 청춘 하루

고장 난 것 같지 않은 다리미 위에 버터를 올리고 버터가 녹으면 싸구려 옥수수 식빵을 올려 잽싸게 뒤집고 도마에 눌러 토스트를 만든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청춘영화에서 나온 장면을 따라 하고 ,

다리미는 수명을 다했다. 식빵 몇 장 구워 먹고 다림질하는 모든 옷들이 고소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버터도 아니었지. 레몬색 통 안에 들어있는 '식물성 마아가린'. 청춘에게 딱 어울리는 색과 맛이었다.


낡은 냉장고에 반찬은 없어도 소주 두어 병과 "paper" 이번 호는 살 여유가 있었다. 아 그리고 , 굳이 외제담배.


내 청춘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 마아가린 냉장고 밖에 오래 내버려두면 기름처럼 그냥 흐르고 냄새만 남길까 봐. 여전히 그때의 '내가' 구역 지게 잘 살았다고 착각하는 것. 청춘이 켜켜이 쌓여 지금이다. 비루한 지금까지 그렇게 뭐라도 쌓아왔다.


비록 버터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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