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칼국수 혹은 명동교자
중학생 때부터 찾아간 집. 일단 나온 면을 다 먹고 , 사리 추가를 하고 , 국물 추가를 하고 , 다시 사리 추가를 하고 , 눈치 보다가 사리 추가를 한번 더 하고 , 밥도 달라해서 말아먹고 , 밥이 공짜였던가. 사리가 공짜였던가.
아무튼 한 그릇 시켜 양껏 먹고 나면 일어날 때 즈음 포만감에 '설마 토하지는 않겠지' 라며 명동골목을 나와 집 쪽으로 걸어왔다. 같이 다니던 놈들은 굳이 버스비를 아끼겠다며 걷기 시작한다. 물론 배부름 덕분에 선택한 길이지.
청계고가 밑으로 걷다 보면 동대문 운동장 육교가 나오고 , 그 위에 서면 신기하게도 육교가 흔들렸다. 무너지지도 않고 콘크리트가 춤을 춘다. 여기쯤 오면 아까 채웠던 뱃통은 어디 갔는지 다시 입맛을 다신다. 신당동 골목까지 왔으니 '진미떡볶이'에 들러 분식 후 분식을 먹는다. 떡볶이야 언제 먹어도 배부름과 상관없이 자기 자리가 있는 것 아닌가.
다시 배를 채우고 상왕십리 밀링머신 길을 따라 걷는다. 차비 아낀다고 말이다. 물론 주머니에 차비는 있다. 친구가 셋이면 그중에 한놈이 꼭 돈이 없으니까 나머지 두 놈도 그날은 거지다. 그렇게 균형을 맞추는 거지.
지금 가서 예전처럼 한 그릇 다 먹고 사리 달라하고 국물 달라하고 사리 넣고 , 그렇게는 못한다. 어제 먹은 음식 이름도 잘 기억 못 하고 , 맛도 잊는다. 배통은 어쩌다 이렇게 작아졌는지. 배포크게 살라고 하도 잔소리 듣다 보니 반작용으로 배통이 작아졌나 보다.
나이만 먹어 별반 달라진 건 없지만 , 칼국수는 맘대로 사 먹을 재간은 생겼는데 , 제기랄 , 배통이 작아져서 먹지를 못한다. 때를 놓친 거다. 밥때가 있는 것처럼 먹고 싶은 것, 때를 놓치니 별거 없는 인생인데 , 별반 밥상 하나 놓치는 게 이렇게도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