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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14) 예수가 인터넷을 사용했는가, 작자 미상

by 예쁨


<예수가 인터넷을 사용했는가>


산상수훈을 설파하기 위해

예수가 인터넷을 사용했는가.

자신의 복음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예수가 스팸 메일을 사용했는가.


사도바울은 성능 좋은 메모리와 업 버전을 사용했는가.

그의 편지들은 바울@로마.컴이라는 이메일 명으로

성경 게시판에 올려졌는가.

마케도니아에서 떠날 때 그는 문자 메시지로

‘가도 되는가’를 묻고 출발했는가.


모세는 바다를 가르기 위해

전자 게임기의 조종간을 작동했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기 위해

위성 추적 장치의 도움을 받았는가.

그는 십계명을 손으로 썼는가.

아니면 영구히 보관되도록 CD에 기록했는가.


예수는 어느 날 나무 위에서

정말로 우리를 위해 죽었는가.

아니면 그것은 단지 홀로그램인가.

또는 컴퓨터 합성인가.

그것은 무선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가.


만일 당신의 삶에서 신의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면,

다른 목소리들이 너무 많이 들려

신의 목소리가 당신 귀에 가닿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당신의 노트북 컴퓨터와 인터넷과

다른 모든 멋진 도구들을 내려놓으라.

그리고 순수함으로 돌아가라.

그러면 신이 당신 곁에 있으리라.


- 작자 미상. 로마 가톨릭 교황청 홈페이지에 오른 시 -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진심을 대신할 수 있는가?



죽은 인터넷 이론(dead Internet theory)

인터넷 이용자의 대다수는 AI이고 실제 사람은 거의 없으며 인터넷에 있는 콘텐츠의 대부분은 사람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AI가 만든 것이라는 음모론적 가설이다.

예컨대, 우리가 보고 있는 게시글, 댓글, 콘텐츠등 모든 인터넷상의 정보가 봇(bot) 또는 자동화 시스템(AI)이 생성했다고 믿는 것이다.

‘죽은 인터넷 이론’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새우예수>가 있다.

AI가 만든 이 기괴한 이미지는 SNS에 꾸준히 등장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는데, 문제는 이런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들도 확실한 이유가 없고 이미지에 대한 실체나 맥락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이 이미지에 좋아요가 수만 개 이상 달리면서 확실한 밈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미지가 실재에 우선하게 된 것이다.

트위터_새우예수
알고리즘(Algorism)

알고리즘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나 규칙의 집합이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 컴퓨터가 따라야 하는 단계별 요리법이라고 할 수 있다.

검색하는 단어, 시청하는 동영상, 구매활동, 브라우징 기록, 하물며 사용자가 교류하는 사람들까지. , 특정 개인의 입맛에 맞는 검색 결과만을 제공 가능한 시스템이다.

어쩌면 우리는 선택권 없이 AI가 주는 정보만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매트릭스(Matrix)

영화상에서 ‘매트릭스’란 곧 ‘가상의 세계’를 나타낸다. ‘matrix‘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자궁’, ‘모체’, ‘번식의 터전’을 의미하며, 수학에서는 행렬을 뜻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수많은 붉은 배양관 중 하나에서 태어나는 장면이 있다. 잘 정돈된 행렬 속 수많은 배양관이 자궁의 역할을 하고 인간을 생산해 내는 것이다. 이 과정이 인공지능에 의한 컴퓨터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것이 바로 컴퓨터에 의해 프로그램된 가상공간 매트릭스인 것이다. 인간이 컴퓨터의 에너지원으로 이용되기 위해 생산되고 길러진다는 설정은 매우 충격적이었지만, 어떤 구체적 상황보다는 그러한 설정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레포트 월드 참고)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이 세계는 과연 진실일까?

혹시 누군가가 만든 프로그램 안에서 조작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예수가 인터넷을 사용했는가>라는 시는 저자를 알 수 없는 작품이다.

어쩌면 이 시는 AI가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 시가 적어도 사람이 썼다고 믿고 싶다.

인간에게 알리는 묵직한 경고가 들리기 때문이다.


넘치는 콘텐츠와 정보의 흐름 속에 ‘진짜 나’를 드러내는 일이 더욱 힘들어진 시대,

우리는 인터넷으로 항상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플러그를 뽑을 용기는 없다.

죽은 인터넷 속에서 살아 있는 신을 찾는 일은 그만두고, 당신 옆에 살아 숨 쉬는 존재에게 귀 기울이길 바란다.

그것이 신이 되었든- 사람이 되었든-



2023 워너브라더스 전시




by. 예쁨




“과거가 존재한다면 대관절 어디에 존재하는 건가?”

“마음에요, 사람 기억에요.”

-1984, 조지 오웰 -



*커버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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