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땀 흘리는 일이 그렇게 싫더니 요즘은 땀을 쭉 빼고 나면 오히려 상쾌한 기분마저 든다.
운동 코스를 걷다 보면 매미 울음소리가 귀를 때리듯 크게 들린다. 이명이 생겨 가뜩이나 소리에 민감해지는 중에 반갑지만은 않은 소리다. 한 마리가 아니다. 여러 마리가 동시에 울어대니 아파트 전체가 매미 소리로 가득하다. 소리가 나는 나무를 찾아 매미를 마주했다. 겨우 손가락 두 마디만 한 녀석이 어찌나 우렁찬 소리를 내는지 놀라웠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녀석을 가만히 관찰해 보니 꽁무니를 위아래로 열심히 흔들고 있다.
정말로 저 꽁무니에서 그렇게 큰소리가 나는 건가 싶어 내친김에 검색창도 열어본다.
좋은 세상이다. 어렸을 적엔 궁금한 일이 생기면 엄마에게 물어보거나 백과사전을 찾아보거나 그도 아니면 스스로 실험인간이 되기를 자처하는 무모함도 있었다. 지금은 손안에 작은 휴대폰이 웬만한 궁금증을 바로바로 해결해 준다.
<매미는 목이 아니라 배 쪽에서 소리가 난다. 매미 날개 밑 부분에는 진동막이라는 얇은 막이 있는데 그 안에는 갈비뼈 모양의 구조물이 있다. 진동막은 근육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근육이 수축되면서 진동막 안의 구조물이 휘어지며 딸깍하는 충격음이 생긴다. 놀랍게도 매미는 이 근육을 빠르게 움직여서 300~400번이나 진동막을 울리고, 또한 배의 빈 공간에 공명 시켜서 20배로 증폭시킬 수 있다.>
-구글검색-
와우! 우렁찬 저 소리가 배 근육으로부터 나오는 진동 소리라니! 남자를 보는 기준이 몸매라는 딸에게 소개해줘야 하나? 갑자기 매미의 복근이 궁금해져서 뒤집어보고 싶었지만 곤충 앞에서 나는, 지구 최대 쫄보가 돼버리기 때문에 굳이 확인하지 않기로 했다.
매미는 수컷만 우는데, 이유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다른 수컷들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더 열정적으로 울어댈 테다.
보통 5~6년을 살고 오래 사는 매미는 17년까지 산다고 알려져 있지만 막상 날개를 단 모습으로는 겨우 2~3주 밖에 살지 못한다고 한다.
매미 녀석... 이제 보니 참... 열심히 사는구먼~!
누구에게나 한철이 있다. 나도 한철 시기에는 많이 애쓰고, 많이 아파하고, 수없이 좌절했다. 매미처럼 크게 울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매미 소리는 치열하게 사는 매미의 울부짖음이라 생각하고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