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인화
날 추앙해요
추앙?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한 발 물러서서
올려다보는 마음 같은 거.
사랑보다 깊은
응원의 마음 같은 거.
어느 드라마에서 나왔던 <추앙>이라는 단어는 한동안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사랑보다 더 깊이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마법의 단어.
어느 가게 앞에 눈오리들이 눈길을 끌었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센터가 어떤 녀석인지는 분명하다.
이 구역,
질서 좀 잡히겠는데?
(어쩌면 다구리…)
익명의 사랑
커다란 하트 위로
눈 두 개, 입 하나
차갑기만 한 눈덩이가
나를 향해 미소 짓는다.
밤새 내린 눈이
차 보닛 위로 소복이 쌓였다.
차주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이미 손끝은 근질거리기 시작했고,
그만 사랑을 만들어 버렸다.
누군가의 하루, 시작에 앞서-
부디 미소 한 번 지었기를.
궁시렁
출근하기 싫은데
학교 가기 싫은데
집에 가기 싫은데
싫은 데가 뭉쳐
녹지 않고 버티고 있네
유독 발걸음이 무겁기만 한 월요일 아침,
나처럼 표정이 좋지 않은 눈사람을 만났다.
누군가의 싫은 마음들이 뭉쳐져 눈사람이 되었나 보다.
오후가 되어 햇살이 비추면,
조금씩 녹아내리겠지.
잔뜩 굳어 있던 표정들도 물처럼 풀어져
어디론가 흘러갈 테지.
눈멍
어서 나를 데려가줘요
녹아 버리기 전에
눈멍,
딸아이가 만든 눈사람은 강아지였다.
그녀가 좋아하는 가나디(강아지)캐릭터를 만든듯한데,
언뜻 삼봉이 얼굴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처음 삼봉이를 만난 날처럼,
품에 안아 데리고 오고 싶은 안쓰러운 모습이지만,
녀석의 운명은 겨울 한정이겠지.
안아줘
때때로
사랑이란
멀리서 지켜보는 일
가만히
눈빛으로
안아주는 일
아이가 집으로 가지고 온 미니 눈사람에게
눈, 코, 팔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그가 살기에 실내온도는 적당하지 않았다.
결국 밖에 있는 실외기 위로 올려놓았는데,
따뜻한 손길이 그리운지 양팔 벌려 외치고 있는 듯하다.
“안아줘!”
눈사람아,
때로는 멀리서 지켜줘야 하는 사랑이 있는 거란다.
잉챠
나무에 매달려
오늘을 버티듯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전부인 밤.
이건 또 어떤 재주꾼의 솜씨란 말인가?
눈사람에 진심인 사람들 같으니라고.
어깨 위 작은 아기 곰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두 마리 이상인셈이다.
나무를 단단히 붙잡고 있는 곰 가족의 밤은,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버티는 것만이 전부인 그들에게
이미 하룻밤은 대단한 여정이었을 것이다.
벌써 봄의 기온이 간질간질하다.
눈사람을 보려면 또다시 다음 겨울을 기다려야겠지.
우리가 눈을 뭉쳐놓고 <눈사람>이라고 부르는 건,
결국 ‘사람’이나 ‘눈사람’ 모두 유한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 아닐까?
잠시 형태를 얻고,
잠시 이름을 얻고,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제 온기를 만나면 조용히 사라지는 존재.
그래서 우리는 눈(雪)으로 만든 형상에
눈과 코와 입을 얹어주고 ‘사람’이라 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삶이 우리와 썩 닮아있기 때문에.
by. 예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