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일상

다섯 번째 인화

by 예쁨
봄동 꽃이 피었습니다
초록초록하다


봄보다 먼저
밥상 위로 피어난 꽃


왜 때문에 봄동이 유행인지는 모르겠다.

“엄마! 나도 봄동 비빔밥 해줘!”

(왓 더..매년 해줬었잖아? ;;)


<봄동>이란, 겨울을 나는 채소라는 뜻으로

잎이 옆으로 퍼져 속이 들지 못한 배추를 일컫는다.

즉, 겨울을 지나 이른 봄에 수확하는 배추를 <봄동>이라 한다.


봄동이 뭔지도 모르면서,

대뜸 봄동 비빔밥을 해놓으라니!

옛다~

초록초록한 봄동 한 포기면,

겉절이뿐 아니라 전까지 밥상 전체가 싱그러워진다.

봄동 겉절이 / 봄동 전




빛살무늬
in 성수, 대림창고
계단 아래로 내려온 햇살
낮의 살결은 빛살무늬다.


오후 햇살이 가파른 계단을 밟고 내려왔다.

손으로 잡히지 않는 빛이라고 해서 과연 아무 형상이 없을까?

낮의 살결은 매끈하게 툭 떨어지는 빛살무늬 같았다.





4층과 5층 사이
지치고 힘든 당신을 위해
의자 하나 놓아두었지요
잠깐,
쉬어가셔요.


2년 전 다리를 다쳐 깁스를 했었다.

다리가 아프니 일상에서 불편한 일들이 참 많았다.

아파 본 사람은 아픈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힘들어 본 사람이야말로 힘든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할 것이다.

아마도 어떤 힘들었던 사람이 힘들지도 모를 누군가를 위해 놓아두었겠지.

그러니 힘들다면, 잠깐 쉬어가세요!



포옹
정동길 가로수
꼬옥 안아줄게요
당신이 춥지 않도록


겨울날의 ‘포옹’은 로맨틱보다 생존에 가깝다.

누군가를 안아준다는 것은 나의 체온을 기꺼이 나누는 일이다.

소녀의 따뜻한 포옹이 겨울을 나는 한 나무에게는 생명과도 같았을 터.

온 몸을 다해 꼬옥 껴안은 두 팔이 사랑스럽다.




빵순이
빵순이라면 들어오시오


어?
나돈데.


새로운 호객행위일까?

빵순이라면 입장하시오.

탄수화물 만만세!





by. 예쁨





이렇게 우울하고 후텁지근한,

새싹 돋는 날들에-

또는 봄날의 심란한 마음에-

무기력한 데다 가슴이 두근거렸으며 온몸이 근질거렸고

뭔가 단순하면서도 엄청난 행복이 간절했다.

(그게 아니라면 그런 행복이 그리웠던 걸까?)


-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