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아홉 번째 인화

by 예쁨
너의 목소리가 들려
Photo by _ 소위 김하진
동전 하나로 애태우던 마음
어디로 갔나
들리지 않는 너의 목소리
어디로 갔나


휴대폰도 존재하지 않던 시절,

집에서는 전하기 어려운 말을 가진 사람들에게

거리에 있는 공중전화는 반가운 물건이었다.


동전이나 전화카드가 필요했고,

할 말 좀 하고 있노라면-

어김없이 뒷사람 눈총이 따라붙는다.


야속하게 동전 떨어지는 소리는

마음만 조급하게 하고,

뒤늦게 수화기를 들어보지만,

더 이상 들리지 않는 너의 목소리.




시인이 되는 법
우리동네 작은도서관 입구
내 마음을 정독한 후
그 위에
당신을 쓰세요.


나에게 집중하기,

내 마음을 정독하기,

주변을 검토하기.

그리고 난 후

당신을 쓰세요.



누가 알겠는가,
당신 안에서 시인이 걸어나올지.




아연(zn)이란?
미닛메이드
너는
내 삶의
필수 요소


딸의 이름은 ‘조아연’이다.

이름을 딴 별명은 <구독 조아연>, <좋아, 연>등이 있다.

그리고 얼마전 샀던 주스 병 뒤에 딸 이름이 적혀있었다.


아연이란?

정상적인 면역기능에 필요한 영양성분.


맞지 맞지.

엄마에게 있어서 너는 필수요소니까!



<필수성분 참고자료>

https://brunch.co.kr/@0e76dcb1975249f/52



꼬다리
꼬다리의 맛
김밥의 꼬다리는
시작과 끝.
남겨진 것이 아니라
남겨둔 것이라오.


나는 꼬다리 마니아다.

피자 끝에 있는 바삭하고 쫄깃한 도우 꼬다리,

끝까지 먹어야만 만날 수 있는 달콤한 월드콘 꼬다리,

들쑥날쑥한 재료 덕분에 더 매력적인 김밥 꼬다리.


꼬다리라고 서운해 말기를.

남겨진 것이 아니라,

남겨둔 것이니까.


언젠가 꼬다리의 맛을 알아주는 이가 나타날지도 모르잖소?





삼복수퍼
in 봉천동
없을 건 없고요
있을 건 다 있지만요,
그 시절의 우리는
볼 수 없대요


지금은 대형 편의점들이 즐비하지만,

어릴 때는 동네 어귀마다 작은 슈퍼가 있었다.


엄마는 500원짜리 동전을 쥐여주며 콩나물 심부름을 시켰고,

곧장 슈퍼로 달려간 나는 콩나물 400원어치를 주문했다.

고개를 갸웃하던 주인아주머니는 검은 봉지에 콩나물 머리가 튀어나오도록 담아주셨다.

남은 거스름돈은 100원.

100원이면 신호등 사탕과 꾀돌이 과자를 살 수 있었다.


“오늘은 콩나물이 좀 적구나”

무심하게 말하는 엄마는 내 입술을 쓱 닦아주었다.

아마도 급히 털고 들어온 설탕가루가 남아 있었겠지.

(천원어치 사 오라 할 때는 적당히 했어야 했는데,.. 맞은 적도 있음)


철없던 시절,

슈퍼 심부름은 달콤한 주문이었다.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작은 슈퍼들,

사라진 건 작은 슈퍼뿐 아니라

그 시절 우리가 아닐는지.




공동 엉뜨구역
버스 정류장
나도 좋아해요
엉뜨


변덕스러운 봄 날씨,

겨울 외투에 다시금 손이 가고,

따뜻한 온기를 찾아 헤매다 만나는 열선의자는 반갑다.


그런데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가까이서 보니 비둘기 한 마리가 열선 의자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따뜻해서 그만 실례를 하기도 한 듯하다.)

가끔 고양이들이 식빵 굽는 모습은 봤어도,

비둘기 이용객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많은 사람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나는 다시 한번 ‘온기’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본다.

인간을 중심으로 설계된 도심 속에서,

과연 공동 경비구역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같은 곳


네가 바라보는 곳을
바라보는 나



같은 풍경을 갖게 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추억을 공유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들의 사랑은 시작되었다.



나, 너 좋아하냐?



어쩌면 한 사람의 역사를 알면

그 사람을 쉬이 미워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 그 개와 혁명, 예소연 -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