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미국 교수가 멀찍이 보는 미국과 중국이야기

불안의 그래프: CMDI가 말하는 시장의 심장박동

by Dr Sam

시장에도 맥박이 있다.

그 심장박동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곳 중 하나가 바로 기업채 시장(corporate bond market)이다.

주식이 인간의 감정이라면, 회사채는 그 감정 밑에서 뛰는 심장이다. 뉴욕 연준이 개발한 CMDI(Corporate Bond Market Distress Index) — 이름 그대로, 이 지표는 기업채 시장의 불안(distress)을 수치로 표현한 일종의 심전도다.


tempImageOCzweU.heic (출처: 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

CMDI, 시장의 체온계

CMDI는 단순한 금리나 스프레드의 집계가 아니다. 발행 시장(Primary Market)의 열기와 거래 시장(Secondary Market)의 긴장, 유동성, 스프레드, 거래량, 미거래 채권 비율 등 수십 가지 변수를 종합해 계산된다. 2005년 이후 매주 업데이트되며, 수치는 0에서 1 사이로 움직인다. 0에 가까울수록 시장이 안정적이고, 1에 가까울수록 호흡이 거칠어진다. 이 지표가 처음 빛을 발한 건 2008년 금융위기였다. CMDI는 그때 0.8을 넘어섰다. 자본시장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가빠지며, 신용의 혈류가 막히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 CMDI의 곡선은 금융 시스템의 공포와 안도의 리듬을 그려왔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다시 오르며, 시장은 또 한 번 불면의 밤을 보냈고, 2020년 봄, 코로나 팬데믹은 CMDI를 다시 0.9 근처로 폭등시켰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극단적인 스트레스였다.


불안의 진폭: 위기와 회복의 반복

CMDI의 흥미로운 점은 ‘공포의 크기’보다 ‘회복의 속도’에 있다. 2008년에는 무너진 신용을 재건하는 데 수년이 걸렸지만, 2020년 팬데믹 때는 몇 달 만에 안정세로 돌아왔다. 이는 연준이 전례 없는 속도로 회사채를 매입하고, 시장 유동성을 직접 공급한 결과였다. 즉, 금융의 ‘면역체계’가 과거보다 빠르게 작동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것이 완전한 건강의 회복을 의미하는 걸까? 빠른 회복은 시장의 적응력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병”의 징후일 수도 있다. 중앙은행이 언제나 진통제를 쥐고 있는 세상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더 이상 위험을 제대로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 CMDI가 낮다는 것은, 어쩌면 불안의 감각을 잃어버린 안정을 뜻할 수도 있다.


현재, 안정 속의 무감각

2025년 현재 CMDI는 역사적 하위 20% 수준, 즉, “가장 평온한 시기”에 해당한다. 그래프를 보면 시장의 스트레스는 거의 바닥이다. 유동성도, 스프레드도, 신용위험도 모두 안정적이다. 기업들은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들은 위험을 망각한 듯 회사채를 매입한다. 하지만 경제의 본질은 늘 ‘균형’이 아니다. 과도한 평온은 또 다른 불균형의 징조다. 돈이 너무 쉽게 흐를 때, 위험은 깊은 곳에 쌓인다. 그것이 부동산 버블로 나타날지, 혹은 새로운 형태의 “그림자 금융(Shadow Finance)”으로 변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CMDI의 낮은 숫자가 주는 평온함 속에서도, 시장은 여전히 긴장된 숨을 내쉬고 있다.


철학적 시선에서 본 CMDI

CMDI는 우리에게 하나의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시장 건강이란 무엇인가?”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상태가 정말 건강일까?

인체도 완전한 무통 상태는 병의 신호다. 하지만 적당한 긴장과 불안은 생명 유지의 조건이다. 마찬가지로 금융시장도 약간의 ‘두려움’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투자자에게는 위험 인식이 되고, 기업에게는 건전한 부채 관리가 된다 CMDI가 완전히 평평한 선으로 고요하다면, 그건 시장이 안정적인 게 아니라 감각을 잃은 것일 수 있다.


숫자가 말하지 않는 것

CMDI의 숫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 숫자 속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불안의 부재’가 아니라, 불안에 대한 무감각”이다. 시장의 건강은 0.2에 머물고 있지만, 그 아래에는 여전히 부채, 금리, 인플레이션, 기술 버블 같은 미세한 균열이 자라고 있다. CMDI는 단지 수치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의 체온을 잴 수 있는 하나의 문명적 청진기다. 우리가 그 청진기를 귀에 대는 순간, 숫자 너머에서 들려오는 건 여전히 같은 소리다.

“시장은 살아 있다. 하지만, 너무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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