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창업하기 전에 하루만 더 고민해 보자

꽃이 좋아서 시작하는가, 돈이 된다고 해보려고 하는가

by 텐텐
Chapter 1. 꽃이 좋아서 시작하는가, 아니면 꽃이 돈이 된다고 시작하는가


20살 즈음에는 막연하게 ‘꽃집언니‘가 되고 싶었다.

꽃을 선물 받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으며, 중요한 날에는 항상 꽃다발이 있지 않나.

그리고 내가 본 (동시에 미화된) 꽃집은 아늑하고 꽃내음이 나고, 꽃을 다듬고 있는 모습도 모두 예뻐 보였다.


그러다 현실을 충실히 살며 잊혀진 ‘꽃집언니‘는 ‘꽃집사장님‘으로 20대 중반에 바뀌었다.

나도 나이를 그새 조금 먹으며 현실감각이 생긴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나는 꽃이 너무 좋아서 시작했다. 장사의 신처럼 혹은 사업가처럼 사업적인 기회를 포착해서 뛰어든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스르르 어쩌다 보니 시작하지도 않았다.


1. 내 것을 해보자

(1) 나는 어떤 사람인가

회사에 있으면 참으로 안정적이다.

조직 안에서의 고통도 있겠지만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고,

출퇴근 시간과 월급날과 월급이 정해져 있으니 가끔 따분하다고 느끼는 것도 밖에서 매일을 사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배부른 소리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선택자유'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할 일을 선택하고 책임을 지고, 결과물에 대해 오롯이 어떤 방식으로 가면 좋을지 그림을 그릴 줄 알고,

누구랑 일할지도 어느 정도는 선택할 줄 아는, 가장 작게는 밥을 언제 먹고 무엇을 먹을지도 선택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 결과에 대한 예상보다는 그 선택 자체에서 느끼는 책임감과 해방감이 더욱 컸다.

그래서 더욱 조직생활이 맞지 않는 걸 알게 되었다.


(2) 나는 그럼 무엇이 남을까?

어느 날 친한 언니가 갑자기 아이를 가졌다. 딩크를 선언했던 언니 었기에 축하하면서도 많이 놀랐었다.

그런 내 놀란 표정을 보고, 언니가 웃으며 먼저 말하더라.

‘아니 인간의 본질은 자신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는 건데, 내 DNA 남겨야 하지 않겠어?’

음.. 회사에서 일만 하면 나에게는 뭐가 남을까.

스티브잡스는 애플이 남지만 나는?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 이름으로 내 브랜드를 자식처럼 남기거나

작은 구멍가게라도 내가 일군 내 것이 남아야겠구나


그래서 남들이 다 말리는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2. 죽고 나서도 남기고 싶은 메시지

그럼 왜 하도 많은 일 중에 꽃 관련 일이었을까?

남들이 쉽게 창업하는 카페도 있을 테고, 좋아하는 것으로 치면 디저트샵도 있을 텐데 왜 ‘나는 꽃일까?’ 생각했을 때도 단순했다.


나는 내가 남기는 무언가가 ‘value chain’을 만들고

좋은 메시지’가 담긴 발자취이기를 바랐다.


꽃은 누구에게나 좋게 기억이 된다.

내가 세상에 나왔을 때도 아빠는 엄마에게 장미꽃 한 다발을 사주셨다고 한다.

그 어떤 물질보다도 세상에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 하더라.


프러포즈할 때, 기념일에, 졸업과 입학식 때 우리는 꽃을 선물로 준다.

꽃을 생활에 가까이, 집에 화병에도 놓고, 손님들과 같이 식사를 하는 자리에도 테이블 피스로 두고,

생활 어느 곳에서나 꽃의 역할은 덧셈 혹은 곱셈의 역할이지 나누기나 마이너스는 아닌 밸류체인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선물의 절화(切花)에서 시작되었지만,

집에서 누구나 가꿀 수 있는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의 의미로 커졌고,

절화가 아닌 분화(盆花)로 넓어졌으며,

자연을 누구나 쉽게 가까이할 수 있는 '+'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정리하자면


[1] 전제: 어떤 일이든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힘들어도 계속 keep ~ing 할 수 있는 동기가 있어야 한다.

[2] 그 동기는 ‘고정비 지탱’과 같은 현실적인 이유가 대부분일 것이다. 싫어도 회사를 다녀야 하고 일을 해야 하는 것처럼.

[3] 여기서 더 나아가서 ‘내 것을 해보겠다’는 조금 더 다른 이야기다.

(1) “왜?” 하려고 하는지 생각해 보자.

‘창업’ 붐이 있었을 때처럼 그냥 남들이 하기에, 혹은 ‘한 번 나도 해볼까’ 하는 마음이라면 과감히 접으라고 말하고 싶다.

돈과 시간만 날릴 것이다.

(2) 적어도 이 사업이 안정기가 도달한 끝에, 내가 꼭 이루고 싶은 ‘모습’이 있는 비주얼라이징이 되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 나는 어떤 가치를 어떤 향기를 남기고자 하는지도 담겨 있어야 한다.


이 순서로 왔을 때(비단 꽃집창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답을 내고 도달했다면 이제 창업을 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자, 이제 사업자등록하고 꽃집을 어디에 낼까?라고 고민하면 된다고 생각하나?

대부분의 창업은 사업자등록, 상호고민, 상표등록, 임대차계약 등으로 바로 넘어가겠지만

(내 주변에 꽃집을 차리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렇게 덜컥 시작하더라)

절대 그럼 안된다고 말리고 싶다.


다음 편에서는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겠다.

- 현실적으로 얼마의 기간을 잡고 준비해야 할까?

그 안에서

- 꽃집 차리기 전에 꽃 마스터하는 방법(자격증을 따야 할까?)

- 동시에 창업 후 3개월 치 월세를 계산하고 창업비용에 포함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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