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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고양이 라떼의 중성화 수술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19

by 김이집사

라떼의 중성화 수술..


로또와 라떼는 한 세트처럼 지냈다.

나란히 앉아 햇살을 맞이하고 함께 앉아 그루밍을 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고 물을 먹는다.

혼자 있는 시간은 거의 없어 보였다.


로또가 있으면 꼭 그 근처에는 라떼가 함께 했다.


로또가 달리면 라떼도 달린다.

로또가 잠을 자면 라떼도 같이 잤다.


어느덧, 라떼가 우리 집에 온 지 4개월이 넘어갔다.

어느새 몸무게도 3킬로가 훌쩍 넘어가며 쑥쑥 자라났다.

남장아이라 그런가..

성장속도가 로또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라떼를 보며 중성화 수술을 해줄 시기가 왔구나.. 싶었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남자아이들은 너무 빨리 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한다.

한참 성장기라 시기를 잘못 맞추면 요도가 막혀 고생하는 사례도 많다 하니 시기를 결정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에게서 급하게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 라떼의 중성화 수술 날짜를 잡으라고 난리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라떼가 로또 위에 올라탔다는 거다..


오, 마이 갓..


가족끼리 이러는 거 아니라며 빨리 수술 날짜를 잡자고 방방 뛴다.


충격..

녀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자라고 있었나 보다.

그렇게 바로 병원에 전화해서 수술 날짜를 잡았다.


남자아이의 중성화는 굉장히 간단했다.

로또는 여자아이라 개복수술도 해야 했고, 수술 후 입원도 했다.

퇴원 후에도 한동안 배에 붕대를 감아놔서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남들은 오버라고 하지만 우린 그때 휴가까지 냈었다.


그러나 라떼는 달랐다.

수술시간도 굉장히 짧았고, 당연히 입원도 없었다.

붕대도 없었고 넥카라만 씌워놓으라고 했다.

수술 부위가 작아 본드로 붙여놨다고 하는데, 본드라니..

뭔가 너무 웃겼다..


남편은 라떼 중성화 수술 상담을 받고 와서 왜인지 계속 시무룩했다.

수술 날짜까지 남은 그 며칠 동안 계속 "라떼야!!! ㅜ_ㅜ" 하고 울먹이며 라떼를 따라다니며 부둥켜안았다.

라떼는 싫다고 질겁을 하는데 왜 자꾸 그러냐고 다그치자 같은 남자로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나 뭐라나..ㅎㅎ


라떼가 수술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귀찮다는 아이를 계속 따라다니며 끌어안고 "괜찮아~괜찮아~ㅜ_ㅜ" 이러고 있다.

그만 좀 하라는 타박에 당신은 여자라서 이 마음을 모른다며 핀잔이다.


라떼의 중성화 수술..

우리한테는 나름 두 번째 중성화 수술을 맞이하는 거라 로또 때보다는 훨씬 의연했다.

그래도 나름 전신마취를 하는 수술이니..

역시 긴장은 되었다.


라떼를 병원에 맡겨놓고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날 오후..

라떼가 무사히 깨어났다는 연락에 부리나케 병원을 찾았다.

커다란 넥카라를 하고 잔뜩 겁에 질려 병실 구석에 쭈구리처럼 쪼그리고 벌벌 떨고 있던 라떼녀석..

내가 부르니 바로 알아보고 내 손에 연신 박치기를 한다.

혼자서 많이 무서웠나 보다.

많이 컸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라떼는 몸만 커졌지 여전히 작은 아기였다.


라떼 퇴원 후 다시 집으로 데려온 날..

로또는 라떼의 모습이 어색했나 보다.

아침까지 같이 붙어 지냈으면서도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계속 냄새를 맡으며 주변만 뱅뱅 맴돌았다.


다묘의 경우 한 녀석이 병원에 다녀오면 서로의 체취가 지워지고 병원냄새가 묻어와서 바로 못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심한 경우엔 처음부터 다시 합사를 진행하는 집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로또의 체취가 잔뜩 묻은 담요를 가지고 갔었다.

집에 오기 전에 라떼에게 담요에 있는 로또냄새를 잔뜩 묻히고, 그 담요에 돌돌돌 말아서 데리고 왔다.

효과가 있었는지 하악질이나 경계하는 모습은 없었다.

그러나 역시나 뭔가 낯설긴 했나 보다.


그날 밤..

캣초딩 라떼가 굉장히 조용히 잠들었다.

새벽마다 침대에 올라와 치대는 녀석이었는데 그날은 그것조차 없었다.

많이 힘들었나 보다..


그렇게 녀석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SE-6b76672f-9682-11ed-b04e-2f34c02bb023.jpg?type=w773 캣초딩 김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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