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18
아기고양이는 귀엽다
로또와 라떼는 계속 투닥투닥거렸지만 점점 사이가 좁혀져 갔다.
로또는 여전히 못마땅한 눈으로 라떼를 바라봤지만 라떼는 달랐다.
자기 눈에 보이는 유일한 고양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양이.. 로또..
그래서인지 라떼는 종일 로또만 쳐다보고 로또만 따라다니고 로또에게만 의지했다.
로또가 밥을 먹으면 라떼도 따라먹고..
로또가 물을 마시면 라떼도 물을 따라 마신다..
로또가 방석에 앉아 그루밍을 하면 라떼도 옆에 따라 앉아 어설픈 자세로 그르밍을 따라 했다.
로또가 화장실을 가면 라떼도 따라나섰고..
로또가 잠을 자면 라떼도 옆에서 같이 잠을 잤다..
간혹 라떼가 아직 어려 화장실에 갔다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로따가 따라 들어가 모래를 덮어주기도 했다.
라떼는 그런 로또를 보며, 언젠가부터 화장실 뒤처리도 완벽한 고양이 되어갔다.
로또의 하악질도 줄어들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같이 우다다도 하고 꼬리 잡기를 하며 뛰어다니기도 했다.
우리가 잠을 청할 때 밤새 둘이서 거실에서 투닥거리며 노는 소리도 들렸다.
여전히 로또는 라떼를 곱게 바라보지 않았다.
그래도 전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로또라떼 둘 다 보이지 않았다.
당시 손바닥만 한 아파트였기 때문에 녀석들이 숨어 들어갈만한 공간이 없었는데, 이상했다.
너무 조용한 집..
보이지 않는 녀석들..
집안에서 찾아보다 찾을 수 없어 베란다를 나가봤다.
그리곤 웃음이 터져 나왔다.
베란다 안방 창문 앞에 있던 로또가 제일 좋아하던 리빙박스..
거기서 로또가 라떼를 그루밍해주고 있었다.
아..
그날은 잊을 수가 없다.
늘 혼자였던 로또가 다른 고양이를 그렇게 열심히 그루밍해 주는 건 처음이었으리라..
왜인지 뒷발로 라떼를 못 움직이게 눌러가며 어설픈 자세로 열심히 그루밍해 주던 모습..
뭔가 어색했지만 로또 나름대로 동생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라떼가 로또의 그루밍으로 털이 전부 젖어버릴 때까지, 그렇게 로또는 하나뿐인 동생에게 헤드락을 걸어가면서까지 열심히 열심히 그루밍을 해주었다.
라떼도 로또의 마음을 알았는지 다소 거칠고 어색한 그루밍을 얌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로또도 아직 한살이 안된 아기인데, 석달 된 어린 동생을 챙기다니..
나는 그날, 로또의 관대함에 다시 한번 반해버렸다.
아기 고양이는 정말 귀여운 거구나..
아기 고양이는 정말 사랑스러운 거구나..
고양이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완벽하다..
나의 로또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완벽한 고양이다..
그날 이후, 라떼는 로또의 그림자가 되었다.
라떼는 로또를 더욱 따라다니게 되었고, 로또는 그런 라떼를 귀찮은 듯, 하지만 다정하게 품어주었다.
츤데레 고양이.. 김로또..
따스한 햇살 아래..
서로 그루밍하고 있는 아기 고양이 두 마리..
이보다 더 평화롭고 아름답고 부드러운 장면이 존재할까..
그날의 모습..
초록빛의 나뭇잎이 따스한 햇살과 반짝이던..
그리고 아직은 어색하지만 그래도 꼭 붙어있던 녀석들의 모습..
뭔가 따뜻하고 뭉클하게..
그렇게 내게 각인되어 버렸다..
고양이 합사는..
감동의 또 다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