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17
한바탕 소동이 지나갔다..
라떼가 오고..
로또가 아팠다..
시간이 지나 좀 나아졌다 생각했는데 이번엔 기생충이 옮아 로또가 고생을 하고..
나는 라떼를 데려온 걸 후회했다.
내 이기심으로 둘째를 만들어서 로또가 계속 아픈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당시의 나는 로또를 향한 마음이 스스로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컸었다.
그래서 로또를 아프게 만드는 모든 요소들이 다 악당처럼 보였던 것 같다.
종일 로또만 졸졸 따라다니는 라떼가 미웠다.
로또 자리를 빼앗는 나쁜 아이로 보였다.
그즈음..
남편과도 다투기 시작했다.
자꾸 라떼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는 나..
자신은 이미 라떼를 로또와 똑같이 사랑한다는 남편..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쏘아붙이던 나..
끝까지 책임지려고 데려온 거 아니냐고 되묻는 남편..
그럼 파양이라도 하겠냐고 물어오는데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파양..
그 단어를 들으니 정신이 번뜩 들었다.
생각해 보면 이 아이들은 자신들의 우리 집에 같이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데리고 온 거다.
특히 라떼는 내가 더 원해서 데려왔다.
로또의 동생을 만들어준다는 명목이었지만..
로또는 나에게 동생을 만들어달라고 한 적이 없다..
순전히 내 의지였다..
로또를 빼고 라떼만 보려 애써봤다.
그제야 라떼가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태풍이 우리나라를 강타하던 어느 초가을..
어미가 아이들을 이소 하다 놓쳤는지 어느 집 마당 구석에서 밤새 비를 맞으며 울고 있었다던 아이..
추정나이 6주
몸무게 500그램..
이제 겨우 젖을 떼고 불린 사료를 먹을 수 있게 된 새하얗고 아주 조그마한 이빨을 가진 작디작은 아이..
새하얀 털에 파란 눈동자..
아이를 입양하려던 사람도 많이 경쟁도 심했었다.
구조자분이 우리 집으로 입양을 보내고 싶다고 하셨을 때 얼마나 기뻤던지..
합사를 공부하고 새로 올 아이를 위한 용품을 구입하며 얼마나 설레었던가..
처음 봤을 때 그 조그마한 얼굴을 보고 얼마나 심장이 쿵쿵쿵댔던가..
로또는 거의 울지 않아 아기고양이의 울음소리를 제대로 들어본 것도 라떼를 통해서였다.
라떼..
말도 많던 작은 아기고양이..
나의 또 다른 작은 고양이..
이름을 지을 때도 Lotto에 맞춰 Latte라 짓고 너무 딱이라며 좋아라 했었는데..
파양은 있을 수 없었다.
파양이라니..
내가 얼마나 그런 사람들을 혐오했던가..
합사공부를 하며 다양한 파양에 관한 글도 봤었다.
합사로 첫째가 스트레스받는다는 이유로 며칠 만에 파양 하는 사람도 많았다.
파양의 이유는 다양했고, 나는 그들을 다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지금 같은 이유로 라떼를 고까운 시선을 보고 있었다.
나의 이기심으로 이 아이에게 그런 아픔을 줄 수는 없다.
엄마를 잃은 이 꼬맹이의 평생 엄마가 되어주겠다 약속했는데..
이제 와서 쉽게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
마음을 다시 단단히 먹기로 했다.
로또에게는 미안하지만..
라떼에게도 미안했다.
잠시라도 라떼를 입양한 것을 후회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