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25
유기묘 카페에서 만난 카오스 고양이, 생강이..
녀석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어떤 수의사 유튜버가 말했다.
고양이의 삶에서 쾌적함을 줄 수 있는 공간은 한 마리당 10평 정도라고..
우리 집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사람집인지 고양이 집인지..
온통 고양이 용품들로 둘러싸여있다.
방마다 캣타워에 스크래쳐, 장난감, 화장실, 숨숨집, 장난감..
두 마리만 쓰기엔 넉넉함이 넘쳐 보였다.
이 공간에 한 마리 더 데리고 온다면...?
잠시 고민해 봤지만..
역시나 내 욕심이다.
우린 로또라떼 둘만으로도 충분했고, 녀석들도 자신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남편도 둘만 잘 키우자 했고, 나도 알겠다 했었다.
내 욕심에 라떼를 덜컥 데려왔을 때 외동으로 있던 로또가 스트레스로 아파 병원에 몇 번을 갔었던가..
그 생각을 하자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도..
마음속에 생강이는 한 구석에 한동안 떠나질 않았다.
한 살 된 로또와 6개월 된 라떼..
녀석들이 5살 된 생강이와 합사를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리다.. 너무 어려울 것 같았다.
나는 또 내 욕심이었다고 후회하고 또 후회할지도 모른다.
내 욕심에 로또라떼를 또 힘들게 만들 수 없다.
그렇게 마음속의 생강이는 접었다.
그러던 어느 날..
라떼 구조자님한테 연락이 왔다.
카오스 고양이를 구조했는데, 혹시 입양 생각 있나요?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물러나지 않았던 3월의 어느 초봄..
어느 캣맘이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자리에다 어떤 인간같지도 않은 것이 아기고양이를 박스에 담아 쑤셔 박아놓고 갔다고 한다.
총 다섯 마리 중 한 마리는 동사하여 별이 되었고 남은 아이가 넷..
입양처를 알아보고 계신다 하였다.
자기가 싫다고 어미에게서 새끼들을 뺏어다 아무 데나 갖다 버리는..
자기보다 약한 동물을 대상으로 힘을 과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그런 못난 것들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그런 것들은 굉장히 쓸데없이 부지런하고 쓸데없이 성실하며 쓸데없이 실행력도 좋다.
그 와중에 차마 자기가 직접 죽일 수는 없었나 보다.
박스를 주워다가 새끼들을 담아서 굳이 캣맘 밥자리에까지 가져다 놓는 그 성의와 부지런함 이라니!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 하나 없이 그렇게 살아가겠지..
저런 짓을 하고도 매끼 밥은 꼬박꼬박 먹고 편하게 이부자리 펴고 두 다리 뻗고 잠을 잘 것이다.
자신이 던진 부메랑이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것을 모르는 그 무지함과 어리석음..
안타까울 뿐이다..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되돌려 받으시길..
카오스 4마리와 치즈 한 마리..
아직 수유가 필요한 한 달도 안 된 작디작은 아기 고양이들..
별이 된 아이가 안타까웠고 나머지 녀석들도 감기기운이 있어 눈물콧물 범벅인 상태였다.
구조자님에게는 녀석들 외에도 구조한 새끼 고양이가 이미 다섯 마리가 더 있었다고 했다.
새끼 고양이들이 계속 늘어나 녀석들의 입양처를 빨리 구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카오스 고양이는 어두운 색깔 때문에 인기가 없어 더 급하게 입양처를 찾아야 하는데 마침내 생각이 났다고 했다.
쿵쿵쿵..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모습이 보고 싶어 사진을 부탁드렸다.
구조되어 함께 있는 올망졸망한 아기 고양이 네 마리..
네 마리중 세 마리는 콧등이 베이지 색으로 또렷한 인상이었는데, 그중 한 마리만 곰돌이처럼 얼굴이 온통 까만색이었다.
콧물이 잔뜩 묻어 코끝에 코딱지가 맺혀있는 멍충멍충해 보이는 아기 고양이..
구조님으로부터 여러 장의 사진을 받았는데, 곰돌이 같은 녀석만 눈에 들어왔다.
당장 사진을 남편에게 보냈다.
내가 생강이 생각으로 몇 날며칠을 고민하던걸 옆에서 봐서였을까?
망설임 없이 입양하자고 해주었다.
그리고 신기하게 그도 내가 본 곰돌이 같은 아이를 콕 집었다.
맞다..
우리는 곰돌이 같은 그 녀석에게 한눈에 반해버렸다.
흥분된 마음에 글자를 여러 번 썼다 지웠다 하며 겨우겨우 구조자님에게 톡을 보냈다.
왼쪽에 있는 제일 까만 아이..
제가 입양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