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코숏 카오스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했다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26

by 김이집사

싱그럽고 포근한 봄..

봄은 아깽이 대란인 계절이기도 하다.

매섭게 차가운 바람이 물러가고 찾아온 따스한 기온..

고양이들이 가장 많이 사랑하고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시기..


이 시기에는 새끼 고양이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새끼 고양이를 돌보던 어미 고양이가 먹이를 찾으러 자리를 비운 사이, 엄마를 찾아 빽빽거리는 아기 고양이들을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너무나도 작고 귀여운 새끼 고양이들..

너도나도 한 번씩 만져보고 사진 찍고 하다가 그대로 두고 가버리면 녀석들을 두고 간 어미는 사람 냄새가 묻어버린 새끼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버리기도 한다.

길가에 보이는 새끼 고양이를 보고 그냥 지나치면 좋으련만..

좋은 마음에 보호소에 신고를 해서 보호소를 보내버리면 대다수의 아이들은 입양을 보내기도 전에 보호소 안에서 병에 옮아 죽거나 안락사를 당해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새끼 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기도 많이 하고(냥줍) 보호소에도 새끼들이 넘쳐나는 시기이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어떤 부지런한 사람들은 새끼 고양이들을 한 번에 모아서 갖다 버리는 정성스러움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 막내 고양이도 3월 즈음 어느 날, 고양이를 싫어하는 쓸데없이 부지런한 사람에 의해 형제들과 함께 박스에 넣어져 버려졌다.

다행히 마음 좋은 캣맘에게 구조가 되었고, 인연이 되어 우리가 데려오기로 했다.

우리가 입양하기로 결정한 날, 마음 같아서는 바로 가서 데려 오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제 겨우 한달령..

어미젖을 떼기도 전에 사람에 의해 어미와 떨어졌기 때문에 수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소 2주는 더 수유를 해야 데려갈 수 있다고 했다.


아..

2주..

14일..

336시간..

20,160분....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이 아득한 시간이었다.

아이를 빨리 보고 싶은 조바심에 하루에도 열두 번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했다.

마음이 헛헛했다.

그래서(?) 아기 고양이 물건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키튼 사료, 키튼 습식, 아깽이용 장난감, 이미 넘치고 있지만 그래도 필요할 것 같았던 방석, 숨숨집, 고양이 터널, 고양이 쿠션...


우리 집은 이미 로또라떼의 물건이 넘쳐나는 상태였다.

그래도 산더미만큼 더 사버렸다.

어쩔 수가 없었다..

2주간의 기다림..

2주라 다행이었다.

3주나 4주였으면 사람이 앉을 공간도 없어질 뻔했다.


구조자님이 아이의 이름을 지었냐고 물어보셨다.

알려주면 익숙해질 수 있도록 이름을 불러주시겠다고 했다.


생강이

데려오고 싶었지만 데려오지 못했던 생강이..

내가 반해버린 첫 카오스 고양이..

같은 카오스인 녀석을 생강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생강이의 사진은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날아왔다.

마음 같아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사진을 받아보고 싶었지만, 당시 구조자님 댁에는 수유가 필요한 아깽이가 무려 9마리나 있었다.

아깽이 대란..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원 다 입양처가 정해졌다고 했다.

특히 카오스 고양이는 어려도 입양처를 구하기 어려운데, 드물게 빠른 시일 내에 다 정해져서 다행이라고 하셨다.

생강이가 제일 먼저 정해졌는데, 좋은 기운 받아서 다들 빠르게 입양처가 구해진 것 같다고 하셔서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절대 지나지 않을 것 같았던 2주..

어느새 4월이 된 날씨가 화창한 어느 날..

녀석을 데려올 날짜가 정해졌다.


남집사와 함께 이동장을 들고 집을 나서던 날..

생강이를 구조해시고 돌봐주신 분께 감사한 마음에 고양이캔도 잔뜩 들고 갔다.


알려주신 주소로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들어갔다.

생각보다 꽤 넓은 집..

현관에서부터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이 반겨주었다.

방마다 방묘창이 다 되어 있고, 고양이 쉼터인가 싶을 정도로 고양이 용품으로 가득한 집..

그중 가장 안쪽방에 까만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생강이..


다른 녀석들은 오전 내 다 데리고 갔고 우리가 마지막 차례였다고 한다.


손바닥만 한 까만 얼굴의 작은 고양이..

요 조그만 녀석이 삐약삐약 거리면서 뽈뽈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라떼도 요만할 때 데리고 왔었는데..

그 때의 라떼는 그루밍도 못하고 배변처리도 잘 못해서 찌린내가 엄청났었는데..

새끼 고양이는 다 그런 줄 알았는데 생강이는 달랐다.


햇살냄새가 나는 뽀송뽀송한 꼬맹이..

태어난 지 한 달 반밖에 안된 요 조그마한 녀석이 몸단장도 야무지게 하고 화장실 다녀온 후 뒤처리도 깔끔했다.


여자애라 그런가..

그냥 똘똘해서 그런가..

우리 집 막내는 천재 고양이인 건가?

뭐가 됐든 상관없다.

그냥 기특하기만 했다.


조심스래 손가락을 내밀어 코인사를 했더니 삐약삐약 거리며 내 무릎에 매달리듯이 타고 올라왔다.

구조자님이 자기 엄마를 알아본다며 크게 웃으셨다.

나도 덩달아 웃음이 났다.


손바닥만한 작은 아이..


안녕?

앞으로 내가 네 엄마란다

우리 같이 잘 지내보자..


3472523822669851452_4095110.jpg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