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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고양이 합사하기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28

by 김이집사

고양이 합사..

생각만 해도 어렵다.

진짜 어렵다..

생각보다 준비할 것도 많고 신경 쓸 것도 많다.

그냥 데려다 놓으면 알아서 친해질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냥 풀어놓는다고 아이들끼리 친해지지 않는다.

절. 대.로. 말이다.

그래서 어렵다.


기존 고양이가 있는 집에 새로운 고양이가 들어온다는 건..

이건 정말 전쟁이다.


상대가 어리다고 절대로 봐주지 않는다.

기존 아이들의 영역 속에 침입자일 뿐이다.

그러니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충분하게 갖고 서로 인정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합사가 되기 전까지는 내 것을 위협하는 적일 뿐이다.


사랑이 입양을 두고 고민했던 이유도 합사문제였다.

물론 이미 두 마리의 집사이기에 처음 합사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로또만 키우던 시절..

라떼가 우리 집에 왔을 때, 로또가 스트레스로 아파 병원에 몇 번을 갔었는지 모른다.

둘째 욕심에 내가 데려와놓고도 라떼가 미웠던 그 시절..

지금 생각해 보면 라떼한테 한없이 미안하기만 하지만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당시의 내겐 내 모든 미움의 화살이 라떼에게로 가서 꽂혔던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로또가 라떼를 받아들였고, 이후 같이 먹고 잘고 놀며 서로의 영억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며 지내주는 모습에 얼마나 위안을 받았는지 모른다.


역시 한 마리보다는 두 마리가 낫다는 생각이다.


사랑이를 처음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졌던 그 순간..

마음 같아선 바로 데려오고 싶었으나.. 바로 결정하기 어려웠다.

합사 때문이었다.


그래도 세 마리까지는 괜찮을 거 같은데..

내 욕심인가? (맞다, 내 욕심이다)

애들이 받아줄까?

또 아프면 어떡하지?


그래도 타이밍부터 모든 게 운명 같았다.

무조건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사랑이는 구조당시 아직 젖먹이였다.

구조자님이 수유임보를 2주가량 해주셨고, 이유식을 먹을 수 있을 때 데려올 수 있었다.

그 기간 동안 전염병 검사도 다 했고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초봄에 버려졌기에 쌀쌀한 날씨에 감기기운이 있었으나 그 외 건강상 문제는 없었다.


그래도 데리고 왔을 때, 기존 아이들과의 격리는 무조건 필수였다.

아직 어린 사랑이는 괜찮다.

문제는 기존 아이들이다.


기존 아이들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고양이(아직 아기라도)에게 영역을 침범당하는 거다.

그러니 당연히 영역을 지키기 위해 경계하고 노력할 것이다.

녀석들에게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단 격리를 하고 바로 대면하지 않더라도 집에 다른 고양이가 와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거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했다.

격리하는 동안 서로의 냄새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애착담요나 쿠션, 인형 등을 이용해서 최대한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사랑이를 데려온 날..

사랑이는 바로 격리방으로 들어갔다.


생후 6 주령

손바닥만 한 조그만 아이..

라떼도 같은 시기에 데려왔었는데 사랑이만큼 작지는 않았다.

여자아이라 그런지 확실히 라떼보다도 훨씬 조그마했다.


사랑이를 격리방에 두고 방문을 나서는데, 언제 왔는지 로또라떼가 문 앞에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분명 방문 너머의 존재를 알아챈 것이다.

분명히 누군가 있는데 보이질 않으니..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녀석들은 안에 누가 았는지 너무 궁금했나보다.

계속 문 앞을 떠나지 않고 방문을 긁으며 열어보려 애썼다.

그 날은 불러도 오지 않고 사냥놀이 하자고 낚싯대를 흔들어도 본채 만채였다.

그날 밤, 로또라떼는 사랑이가 있는 방문 앞에서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하루.. 이틀..

녀석들도 점점 익숙해져 갔다.

방문 너머에 대해 호기심도 줄었고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여느 때처럼 잘 먹고 잘 싸고 둘이서 뛰어놀았다.

그러다가도 문득 신경이 쓰이는지 다시 방문 앞에 가서 기웃거렸지만 곧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 기간동안 서로의 좋은 기억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주었다.

서로의 냄새가 가득한 애착담요, 쿠션, 장난감 등을 교환하고 그 위에 있을 땐 간식을 주었다.

서로의 냄새가 나면 맛있는게 나온다는걸 각인시키는 시도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사랑이는 아직 어려서 격리방안에서의 탐험이 즐거워 보였다.

내가 방에 들어가면 작게 삐약거리며 살포시 안겨왔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해 하였다.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작은 움직임에도 즐거워했다.


내 한 손에 그러쥘 수 있는 작디작은 나의 꼬맹이

잘 왔어, 아가..

네 이름은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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