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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고양이 합사하기 2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29

by 김이집사

두 번째 고양이 합사 전쟁이 벌어졌다.


고양이 합사할 때 최소 2주간은 격리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 2주 동안 기존에 있던 녀석들과 좋은 기억을 최대한 만들어줘야 하는 등 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래도 두 번째라 그런가..

처음보다는 긴장감이 덜 했다.


격리하는 기간 동안 서로 익숙해질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조금씩 대면을 시켰다.

서로 바라보며 간식도 먹고, 자연스럽게 냄새도 교환해 가며 익숙해지도록 애썼다.

생각보다 경계심이 낮아 2주까지 격리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일주일이 지나던 어느 날..

드디어 사랑이가 방에서 나왔다.


두 번째 본 아기고양이라서 그런가?

의외로 로또는 별 반응이 없었다.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하악질을 하며 경고를 하긴 했지만, 라떼와 합사 할 때처럼 힘들어하거나 놀라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놀자고 달려드는 사랑이가 귀찮으면 무시하듯 캣타워 꼭대기에 올라가 내려볼 뿐이었다.

뭔가 여유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라떼는 상황이 달랐다.

로또가 세상에 전부였던 녀석이었다.


라떼는 남자아이지만 워낙 쫄보에 예민한 녀석이다.

로또한테 늘 잡혀서 살아서 그런가?

로또 외 다른 고양이를 처음 본 녀석의 반응은..

경악 그 자체였다.


자기보다 훨씬 작은 사랑이를 상대로 무서워 죽겠다며 귀를 한껏 뒤로 젖히고 눈을 데굴데굴 굴려가며 꼬리를 커다랗게 부풀리고 낮은 포복으로 계속 도망 다녔다.

누가 봐도 자기가 훨씬 큰데도 연신 놀자는 사랑이에게 하악질에 주먹질하기 바빴다.


영리한 사랑이는 아기였지만 상황파악이 빨랐다.

성격 있는 까칠한 로또한테는 쉬이 다가가지 않았다.

대신 라떼한테는 달랐다.


라떼가 밥을 먹으면 따라먹었고, 라떼가 화장실에 가면 따라갔다.

라떼가 잠들면 근처에서 같이 잠들었고, 라떼가 화를 내도 그뿐이었다.

종일 라떼만 졸졸졸 따라다니면서 놀아달라고 졸랐고, 라떼가 쉬고 있으면 옆에 가서 치댔다.


사랑이는 라떼만 따라다녔고

라떼는 도망 다니기 바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라떼도 사랑이를 완전히 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로또는 귀찮으면 자리를 아예 피해버렸지만 라떼는 그러지 않았다.

상대가 작고 여리다는 걸 깨달았나 보다.

어느 순간부터 투닥거리며 놀아주기 시작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사랑이를 그루밍해 주기 시작했다.


다정한 라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랑이 때문에 놀라긴 했어도 더 이상 밀어내지 않았다.


사랑이각 밥 먹을 때 따라오면 슬쩍 양보해 주었다.

사랑이가 화장실에 따라 들어와도 놀라지 않았다.

사랑이가 옆에서 잠들면 잠들게 놔두었다.

사랑이는 라떼 곁을 계속 지켰고 라떼와 같이 쉬었다.

라떼가 싫다고 경고하면 놀자고 치대다가도 멈춰주었다.


사랑이는 어느 순간부터 라떼를 엄마처럼 따르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모계사회라고 한다.

그중에 양육을 담당하는 수컷 고양이들도 더러 있다던데..

라떼가 딱 그런 고양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라떼가 갑자기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헤어볼을 하나? 싶었는데 정작 구토는 못하고 계속 웩웩거리기만 했다.

뭘 잘못 먹었나? 싶어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도 찍고 검사도 받아봤지만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최근에 환경에 바뀐 게 있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셋째를 데려온 이야기를 했더니 아마도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겉으로는 잘 지내고 있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라떼 나름 사랑이를 받아주는데 많이 힘들었었나 보다.

생각보다 빨리 받아줘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저도 나름 고충이 있었나 보다.

그러나 그것도 곧 진정이 되었고, 그렇게 사랑이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우리의 두 번째 합사는

그렇게 끝났다.


큰일 없이 싱겁게..

걱정보다 너무 싱겁게 끝났다.

싱거워서 너무 고마웠다.


사랑이가 라떼 아기 때처럼 눈치 없고 에너지만 넘쳐 계속 달려들지 않아 고마웠다.

언니오빠가 경고하면 알아듣고 멈춰줄 줄 알아 고마웠다.

눈치 빠르게 적응하고 자기 자리를 만들어낸 똑똑한 사랑이..

그래서인지 사랑이는 여전히 로또는 어렵고, 라떼는 만만하다.

지금도 라떼가 혼자 있으면 슬며시 다가가서 그루밍을 하고 라떼 옆을 차지하는 사랑이..


고마워, 로또라떼사랑

사랑해, 로또라떼사랑


이제 완전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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