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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고양이 이름 짓기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27

by 김이집사

드디어 생강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아직 어려서 자기 이름은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아이의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예전에 본 아이가 눈에 밟히더라도 그 아이의 이름을 이어 주는 건 아닌 것 같아..

이 아이는 그 아이와 다른 아인데..

그 이름으로 부르면 뭔가 그 친구 대신인 것 같잖아?


그런가??

듣고 보니 남편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생강이는 생강이인 것이고, 이 아이는 이 아이다..

누군가의 대신으로 데려온 건 아닌데 말이다..


또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름을 뭘로 지어야 하지???


카오스 고양이니까.. 카오?

무늬가 호랑이 같으니까 범이?

언듯 보면 얼룩덜룩해 보이기도 하니까 얼룩이?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까만 애니까 깜장이? 까망이? 연탄?

우리 집 소중한 막내니까 막내?

막내 공주니까 공주?

삐약삐약 거리니까 삐약이? 병아리?

아니다..

음식이름으로 짓는 게 좋다니까 김밥? 콩자반?


아..

역시 우리의 창의성 따위는..


그러다 남집사가 돌림자로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은 모두 L자 돌림이었다.


우리 부부의 영어이름은 Leo, Luna

그리고 우리 집 고양이들은 Lotto, Latte


L자로 된 이름이라..

오, 그럴듯했다.

아니, 꼭 L자 돌림으로 지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L자 여자아이이름으로 검색해봐도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Love, 사랑


사랑이..

그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러운 우리 사랑이..

우리 식구를 완성시키는 그런 느낌이었다.

사랑..

이보다 더 완벽한 이름이 있을까??


그래서 우리 집은 5L이 되었다.

Leo, Luna, Lotto, Latte, Love


길 가다 우연히 만나게 된 우리 로또..

로또를 키우며 입양할 결심이 들어 우리 집에 오게 된 둘째 라떼..

운명 같은 우리 막내 사랑..


우리에겐 너무나도 특별하고 소중한 녀석들이기에 이름 하나 짓는데 정말 고민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내 삶에서 가장 특별한 단어가 될 녀석들의 이름

로또라떼사랑..


우리는 5L로 완성이 되었다.

딱 로또라떼사랑..

이렇게 삼냥이까지만 키우기로 약속했다.

더 이상 우리 집에 다른 고양이는 없을 것이다..


합사 한 번 할 때마다 전쟁통이었다.

그중 첫째 로또에게 가장 미안했다.

동생이 들어올 때마다 스트레스 때문에 온갖 성질은 다 부렸지만 결국엔 다 받아주는 착하디 착한 내 첫 고양이..

미안해..

딱 여기까지만 참아주라..


그런데 준비성 좋은 남집사가 혹시 모른다며 Lucky, Lulu, Lalla까지 지어놨다는데..ㅎㅎ

로또라떼사랑을 만난 건 우리의 가장 큰 행운이니 룰루랄라 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자는 건가 보다.


괜찮아요~

저는 로또라떼사랑, 이렇게만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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