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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카페, 유기묘 카페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24

by 김이집사

나는 고양이 카페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양이 카페

내 선입견일 수도 있다.


누가 봐도 예쁜 고양이들.

대부분 품종묘들을 데려다 놓고 상품처럼 전시하며 사람들을 모아놓고 장사를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사람 음식이나 음료 외 고양이 먹거리나 간식도 팔고, 고양이 먹거리까지 팔면서 말이다.

시간이 지나 고양이들이 늙고 병들고 상품가치가 떨어지면 유기해버리기도 한다.

실제로 이런 고양이 카페를 하다가 폐업을 하면서 그 동네에 고양이들을 한 번에 버리고 떠나버리기도 한다. 한날한시에 갑자기 나타난 품종묘들이 보호소 신고되어 한번에 잡혀가는 일들이 생기는데, 보통은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더 악질은 가정 분양처럼 새끼를 낳게 해서 분양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받고 새끼를 파는 경우도 있다.


물론 잘 운영되는 곳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내 입장에서는 고양이를 상품화해서 돈을 번다는 사실만으로도 눈살이 먼저 찌푸려진다.

그래서 난 고양이 카페를 싫어한다.


그러다 어느 날, 유기묘 카페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유기묘 카페라니..?

알아보니 그곳은 고양이를 보호하는 쉼터의 목적이 더 크다고 했다.

카페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고양이들을 임보하고 치료하고 구조하고 입양까지 보낸다고 한다.


궁금했다.

이런 곳이 있다니!

검색을 해보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유기묘 카페라니..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은 고양이를 "보호" 하는 목적이 크다고 했다.

카페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고양이를 구조하고 치료도 하고 임보하고 입양도 보낸다고 했다.

검색을 해보니 어랏, 우리 동네에 있었다.

궁금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우리 집 로또라떼를 제외하곤 고양이를 가까이서 경험한 적이 전혀 없었다.


동네에 있던 고양이 카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밝고 쾌적했다.

공간이 아주 넓은 곳은 아니었지만 고양이 용품도 잘 갖추어져 있었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간을 나누어서 배치한 것이 느껴졌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기 때문에 한정된 공간을 나누어 사용하려면 스트레스가 없을 수가 없기 마련인데 이렇게 공간 분리가 잘 되어 있으면 스트레스를 최소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깨끗한 상태가 유지되기 위해 손님도 같이 지켜야 할 규칙들도 여러 개였다.


수십 마리의 고양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쉬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고양이를 한 번에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녀석들 외에도 안쪽에 병원 입원실 같은 곳도 있었고(실제로 요양하거나 호텔링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사람과 친해지지 못한 녀석들이 충분히 숨어있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자연스럽게 바깥에 나와 쉬고 있는 녀석들은 사람과의 사회화도 형성되어 있는 상태였고, 사람과의 시간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오히려 놀아달라는 듯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는 녀석들도 있었다.


카페에서는 고양이와 놀아주는데도 규칙이 있었다.

카페 스테프가 낚싯대를 대여해 주며 놀이 규칙을 설명해 주었고, 고양이들의 적극적인 호응 속에서 나는 모든 것을 불태워버렸다. ㅎㅎㅎ


역시 집에서 키우는 로또라떼와는 에너지가 달랐다.

집 고양이들은 오히려 집사가 놀자고 따라다니는 경우도 있는데, 이곳의 아이들은 네 손짓 하나, 깃털 하나에도 집중하고 반응해 주었다.

당연하다.

아무리 많이 놀아준다 해도 녀석들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버려지거나 구조된 아이들이라고 했다.

현재는 쉼터 같은 카페에서 살고 있지만 묘연이 닿으면 입양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친 후 입양을 가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로 눈에 띄게 멋있는 녀석이 있었는데 다음 주에 입양이 정해져 있는 친구라고 들었다.


그동안 내가 상상하던 품종묘들만 있는 그런 고양이 카페와는 완전히 달랐다.

물론 유기묘들이기 때문에 품종묘들도 섞여있지만 대부분은 라떼와 같은 코리안숏헤어였었다.

개중에는 절뚝이며 다니는 아이도 있었고, 낯을 가려 숨는 아이도 있었다.


이 카페는 내 돈 주고 갔지만 손님이라고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귀엽다고 내 마음대로 간식을 줘서도 안되고, 녀석들이 내게 와주어야 놀아줄 수 있었다.

놀이 하나를 하는데도 규칙이 정해져 있었다.


웃음이 났다.


녀석들..

관리받고 있구나..

사랑받고 있구나...

보호받고 있구나.....


상업용으로 운영하는 고양이 카페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의 수명은 짧다고 한다.

예쁜 고양이는 만지고 싶어진다. 그러니 사람들은 끊임없이 만지려들고, 카페에서는 간식을 주며 달래면 면만질 수 있다고 알려준다.

카페는 고양이 간식도 수익이니 간식을 팔고..

그러다 보면 당연히 찾아오는 영양불균형..

계속되는 스킨십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약해지는 면역력..

그렇게 나이 들며 피부병도 생기고, 아프고...

결국 버려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곳은 달랐다.

고양이가 먼저 찾아오지 않는 이상 사람이 먼저 다가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일행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친화력 있는 한 녀석이 다가왔다.

용기 내어 손을 내밀어 녀석의 코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그랬더니 만져달라는 듯이 발라당 누워버린다.

보드라운 녀석의 옆구리, 목덜미, 등..

녀석은 골골거리며 내 손길을 즐기며 좋아했다.


내석의 이 해맑음..

배시시 웃음이 났다.

우리 집에 있는 녀석들에 비해 훨씬 덩치도 커다란 멋진 녀석이었다.

다가와줘서 고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녀석의 다정함은 정말이지 사랑스러웠다.

한참을 녀석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멀리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작은 카오스 고양이 한 마리..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앉아 있었다.

예전 라떼를 데려오기 전에 이왕이면 카오스 고양이를 데려오고 싶어 알아봤었지만 실패했었던 기억이 있다.

이후 다른 묘연으로 라떼를 입양하게 되었지만, 마음 한쪽 구석에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그 기억 때문일까..

자꾸 녀석에게 눈길이 갔다.


살며시 녀석의 옆에 다가가 슬쩍 앉아보았다.

그런데 녀석이 자연스럽게 내 무릎 위로 올라오는 게 아닌가?


생강이


카페 주인이 알려주었다.

생강이라.. 어울린다.

로또라떼와는 전혀 다른 매력적인 모색..

어두운 모색 때문에 무섭다고 하는 사람이 많아 늘 입양순서에서 밀린다는 카오스 고양이..


그렇게 생강이는 내 무릎 위에 한참 앉아 있었다.

로또라떼도 이렇게까지 내 무릎에 올라오지 않은데..

처음이었다.

보들보들 거리는 부드러운 체구와 낭창낭창한 체구..

그릉그릉 거리며 나에게 자신을 맡긴 이 녀석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마도 4~5살 정도 되었을 거라 했다.

어리고 예쁜 생강이..

욕심엔 바로 데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로또라떼 합사할 때가 생각났다.

로또가 많이 힘들어했었는데..

거기다가 생강이는 성묘라 더 전쟁일 것 같아 무서웠다.

차마 데려올 수 없었다.


그렇게 미련이 뚝뚝 흐른 채로 생강이와 헤어졌다.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났다.

보드라운 작은 카오스 여자아이..

생강이..


생강.jpg 생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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