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22
고양이는 외동으로 키우는데 나을까? 다묘로 키우는 게 나을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은 다 고민해 봤을만한 문제다.
물론 여기에는 정답은 없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기 때문에 외동으로 키우는 게 낫다는 말도 있고, 서로 의지하면서 살 수 있으니 두 마리 이상이 좋다는 말도 있다.
고양이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제일 정확하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니 나도 정답은 모르겠다.
다만, 고양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생각해 봤을 때 두 마리는 정말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로또가 7개월령 즈음이 되었을 때, 태어난 지 두 달도 채 안된 라떼가 우리 집에 왔다.
로또 입장에서는 고양이를 처음 봤을 것이고, 라떼 입장에서는 어른(?) 고양이는 로또가 전부였을 것이다.
아기 고양이는 정말 정신이 없다.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하고 흥미로우며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한다.
특히, 라떼처럼 어릴 때 엄마를 잃어 고양이들 간에 사회성을 배우지 못한 아기 고양이는 집사를 힘들게 하는 경우도 많다.
로또는 본능적으로 상대가 아기라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다가오면 하악질은 했지만 참아주었고, 라떼가 자신의 물건을 차지하고 노는데 간섭하지 않았다.
하지만 라떼가 점점 미쳐가니(?) 참교육에 나서기 시작했다.
라떼가 천지분간 못하고 놀자고 계속 달려들면 하악질로 경고하며 다스렸고, 못 알아듣고 계속 매달리면 냥냥 펀치로 날려버렸다.
로또는 먼치킨 숏레그라 다리는 짧지만 대신 스피드가 어마어마했고, 얼굴을 정면으로 때리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연타로 얼굴을 맞은 라떼는 맞을 때마다 정신을 못 차렸다.
재미있는 건 로또보다 덩치가 훨씬 커진 지금도 로또가 앞다리를 들었다 하면 움찔하고 도망간다는 것이다.
아직도 라떼는 로또 앞에서는 아기 고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어린 라떼는 미쳐서 놀다가도 로또가 으르렁거리며 주의를 주면 곧 정신을 차렸고 장난을 참아내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자기들만의 룰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또 한 가지 신기한 건 라떼는 자라면서 입질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어린 고양이는 이갈이 하는 시기에는 잇몸이 간지럽기도 하고 에너지도 넘치는 시기라 눈앞에 움직이는 것이 보이면 사냥본능에 공격을 하기 마련이다. 보통 그 대상은 집사의 손이나 발이다.
로또도 5개월령 전후에는 집요하게 집사의 손과 발을 노리면서 따라다녔고, 정말 짜증 날 정도로 물고 공격을 해대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라떼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모든 것이 다 로또 덕분이었다.
라떼는 같은 고양이인 로또를 대상으로 이갈이를 해소하려고 했다. 그러나 로또를 물면 자기는 더 많이 물렸고, 로또를 공격하면 더 많이 맞았다.
서로 물고 물리며 혼나고 반성하는(?) 과정 속에서 힘조절을 배웠고 매너를 배워갔다.
그렇게 라떼는 끊임없이 로또를 따라다녔고, 로또와 놀았으며, 로또와 같이 자고, 로또한테 맞았다. ㅎㅎ
귀여운 외모에 반해 아무런 준비 없이 새끼 고양이를 입양했다가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해 파양 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제발..
제발.....
제발..........
많이 알아보고 입양하시길..
경제적인 여건이 된다면 형제 고양이 두 마리를 동반입양하는 것을 추천한다.
합사 하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고 평생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것이며, 아기 고양이에게서 보이는 문제행동(물론 사람 기준이다) 없이 쉽게 키울 수 있다.
또는 외동으로 키울 예정이라면 사람의 손을 어느 정도 탄 성묘를 추천하다.
대부분 새끼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어 하는데, 새끼 고양이는 정말 각오하고 데려와야 한다.
특히 고양이를 키운 경험이 없다면 오히려 사회화가 어느 정도 된 성묘가 함께 지내는데 훨씬 좋을 수도 있다.
외동묘가 좋은지 다묘가 좋은지 정답은 없다.
하지만 집사가 얼마나 신경 써주는지, 얼마나 다양하고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는지, 얼마나 공부를 하고 키우는지에 따라 고양이의 삶의 질과 행복감은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제발..
충동적으로 예쁘다고 입양하지 마세요..
평생 함께 살아야 하는 소중한 가족을 데리고 오는 거니깐요..
당신이 그 아이의 세상이고, 그 아이의 우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