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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meross Mar 01. 2024

다시 시작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세상은 변함없었다.

똑같이 해가 뜨고 아침이 오고 하루가 반복되었다.

거기에 맞춰서 나 또한 다시 생을 살아야 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조의금과 기존 월세보증금을 

정리하니 천오백만 원 정도의 돈이 남았다.


누나와 나는 작은 빌라에 월세집을 구했다.

기존 집이 너무 낡고 오랜 짐이 너무 많기도 했고

무엇보다 할머니의 흔적이 너무 많이 남아있는 그곳에서

지내기에는 너무 괴로웠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똑같이 일을 하고 밥을 먹고 때로는 친구들을 만나고 

하루하루 일상이 아무렇지 않게 반복되었다.

다만 거기에는 할머니만 없을 뿐이었다.


나는 가끔 멍해졌다. 

그럴 때면 할머니 생각을 하고는 했다.


나의 빈자리를 채워주려 하셨는지

새로운 인연 또한 생겼다.


장례식장에서 3일 동안 자리를 지켜주던 친구가 있었다.

대부분에 친한 친구들도 자리를 지켜 주었지만

여자 중에 그렇게까지 해준 친구는 그 친구뿐이었다.

평소 그렇게 친한 친구도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꿈에 내가 나와서 그 친구를 계속 붙잡았다고 한다.

가지 말라고 조금만 더 있다 가라고

그렇게 각별한 사이가 아니었기에 그 친구도 상당히 의아했다고 한다.

할머니가 이어주신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가고 자주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할머니 없이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나는 누군가를 만나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삶을 살았다.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나는 그렇게 다른 시작점에 놓였다. 

다시 힘을 내서 삶을 살아야 했다. 

다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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