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삶을 살아갈 이유와 힘이 생긴다.
하지만 나는 너무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었다.
20대가 젊음 외에 무엇이 부족하냐고 되물을 수도 있지만
나는 자격지심 투성이에 인간이었고
돈 없음, 부모 없음, 학벌 없음 등이 나를 주눅 들게 만들었고
무엇보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주는 어른이나 롤모델이 나에게는 없었다.
먹고사는 문제도 빼놓을 수 없었다.
돈을 벌어야 당장 월세를 내고 밥을 사 먹고
생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녀와 한 해 두 해 만남이 이어지고 우리는 행복한 커플이었지만
미래의 대한 나의 두려움이 항상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학생이었고 나와 달리 좋으신 부모님 아래서
유복하게 자란 구김살 없는 사람이다.
그에 반해 나는 방임과 가난에 노출되어 어릴 적 따돌림을 당한 적도 있는
자격지심 많은 그림자 투성이에 사람이었다.
20대의 젊고도 창창한 나이였지만 나는 남들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했고
앞으로 나아갈 동력도 에너지도 환경도 없다는 생각이 나를 더 조급하게 만들어갔다.
당시의 나는 남들처럼 평범해지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남들처럼 과 평범해지고 싶다는
가장 어려운 두 가지를 원했지만
나는 항상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며 살 와왔다.
그래서 나는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나중에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전세를 살고
아이를 낳고 그저 남들처럼 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길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