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개구리인가에 대한 고찰
따스한 햇살아래 어딘지 찬기를 머금은 한줄기 바람을 함께 맞을 수 있는
그 감성이 참 좋다.
하지만 가을은 너무 짧다.
이내 찬기를 품은 바람은 눈과 냉기를 몰고 와
모든 것을 얼려 버린다.
나는 추위를 많이타 그럴 때면 정말이지 괴롭기 그지없다.
추워서 옷을 껴 입으면 몸이 무거워 금방 피곤해지고
실내에 들어가면 땀이나 옷은 금세 짐덩이로 변해 버린다.
그럴 때면 나는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바다에서
반바지와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그늘에 몸을 뉘이고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계절이 그리워진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따뜻한 남쪽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고 싶어지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겨울은 참 길고 지겹다 얼어붙은 새벽과 물러갈 줄 모르는 어둠이
영원할 것만 같지만 어느새 생명은 곳곳에서 보이지 않게 피어오르고
이내 겨울을 몰아내고 연둣잎 싹을 틔우고 형형색의 꽃을 피운다.
그렇다 드디어 계절의 여왕인 봄을 세상은 맞이한다.
봄은 설렌다.
나 또한 그렇고 긴 어두움과 추위에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비로써
기지개를 켜고 세상은 싱그러움으로 물들기 시작할 때쯤 어림없다는 듯이
이내 불볕더위가 따라온다.
그렇다 봄 또한 짧다.
여름은 겨울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엄청 좋지도 않다.
우선 지긋지긋 한 모기 파리를 포함한 각종 해충들이 기승을 부리고
나를 삶아 죽이겠다는 의도가 명백한 습도와 높은 온도는
피부만 스쳐도 서로에게 살의를 보일만큼 우리를 몰아붙인다.
도무지 시원해질 기미는 없는데 건물 안에 들어가면 또 춥고 어지럽다.
이럴 때면 12월의 크리스마스 시즌이 그리워진다.
폐 속까지 스며드는 한기가 가슴을 상쾌하게 하고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과 곧 있으면 다가올 새해에 대한 설렘
그리고 길가에 서서 먹는 따뜻한 어묵과 붕어빵
이런 것들이 간절해진다.
그러다 문득 인간의 간사함(나도 인간이니까)에 몸서리친다.
왜 겨울엔 겨울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여름을 그리워하고
여름엔 반대로 힘들었던 겨울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나는 내가 청개구리라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말기로 했다.
다만 앞으로는 그 계절만의 정취와 즐거움을 조금 더 만끽해 보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