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초보맘의 육아일기_10
똘이가 예쁜 여자 앞에서 몸을 베베꼬며 자꾸 웃음을 흘린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모든 게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다.
그냥 밥을 먹고 기분이 좋은 거라고, 유독 컨디션이 좋은 날인 걸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우연이 여러 번 겹치며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한 살도 안 된, 똘이는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
몇 주 전, 친구가 놀러 왔다.
쌍꺼풀이 짙고, 키가 크고, 머리숱이 많고… 종합적으로 내 친구들 중 가장 예쁜 친구인데
어쩐지 그날따라 똘이는 낯을 가리지 않았다.
보통은 경계를 하며 울어버리거나, 아예 외면해 버리는데 똘이는 내 친구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자꾸 배시시 웃었고, 부끄러운 얼굴로 내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는 등 이상한 행동을 했다.
친구는 아무것도 모르고 어쩜 이렇게 성격 좋고 순한 아기를 키우냐며 나를 부러워했다.
그래, 그때까지만 해도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똘이가 순한 편이긴 하지… 오늘따라 컨디션이 유독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다음날, 베이비 카페에 갔을 때, 어떤 엄마를 보고 활짝 웃는 똘이를 봤을 때
어떤 기시감이 들었다.
그 엄마는 왠지 내 친구와 비슷한 생김새였다.
쌍꺼풀이 짙고, 키가 크고, 슬림하고…
똘이가 벌써부터 째진 작은 눈을 보완하기 위해 우성 유전자를 알아보는 것일까?
그럴 리가. 아무리 남자애라지만 아직 한 살도 안됐는 걸.
나는 여전히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러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말에 똘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잠시 장을 보러 갔을 때,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똘이랑 잡지를 보고 있는데, 걸그룹 사진만 보면 똘이가 박수를 친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 걸그룹 내에서 가장 예쁘기로 유명한 센터들에게만 반응한다는 것.
기가 막혔다.
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인 것이다.
나는 내가 사내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실감하고야 말았다.
아무리 아기여도 남자는 남자구먼. 허허허.
기껏 짝짝쿵을 가르쳐 줬더니 예쁜 여자를 볼 때마다 박수를 쳐대는 녀석.
녀석의 미래가 기대된다.
너도 예쁜 여자가 좋니?
사실 엄마도 예쁜 여자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