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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힐러스bookhealers Jan 07. 2024

나는 오늘도 카페로 피신한다.

나는 나를 토닥이며 산다 #01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집에서 중요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난 유난히 어려웠다. 아마도 어려서부터였던 것 같다. 싱글맘의 가난은 무서웠다. 10살이 되어서야 큰집에서 벗어나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집 부엌 옆에 보모 아주머니 방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와 둘이 누우면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이후에 조금 나아져서 지하 - 반 지하 - 지상으로 옮겨졌지만 여전히 집은 좁았고 텔레비전을 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난 지금도 그 버릇을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공부는 독서실이란 곳에 가서 했고 나이가 들어서는 술이 떡이 되어서 잠만 자러 들어갔다. 중국여자와 결혼을 하고 나서도 부부사이가 좋지 않았기에 일이 끝나고 잠만 자러 들어갔다.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 잠시 행복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던 적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씨름을 하고 장난을 치며 작은 놀이 공원을 만들었었다. 아이들이 조금 크고 나서 놀이공원은 사라졌고 난 그 집을 영원히 떠났다. 


  팬데믹 이후로 퍼스널 스페이스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관련 책과 강연들이 쏟아져 나온다. 


  나만의 공간


  난 언제 나만의 공간이 있었을까? 중국에서 유학할 때 잠시 독방을 썼던 경험이 있고, 이혼 후 한국에 돌아와서 몇 년간 원룸을 사용한 적이 있다. 하지만 좁고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고 난 항상 카페로 피신을 했다. 


  카페는 나에게 멋진 음악과 퍼스널 스페이스를 선사했다. 외로움을 잘 타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혼자 방에 덩그러니 있는 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충분히 사람냄새가 난다. 직원 한 명만 있어도 나는 너무나 만족한다. 물론 가끔 데시벨이 높은 아줌마, 아저씨 때문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크게 들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카페가 집보다 좋다. 


  어느 날인가, '왜 나는 이렇게도 카페에 있는 시간을 즐겨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카페에 가면 항상 가득한 사람들을 보면 나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처럼 공간의 문제이든 관계의 문제이든 사람들은 카페로 피신을 오는 것 같다. 그리고 카페에 있는 동안 그 문제는 깔끔하게 잊고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카페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증가해서라고 말하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과연 그럴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커피가 좋아서 카페를 찾는 것이 아니고 집보다 카페가 더 편안하기 때문이다. 


  오롯한 나만의 공간



  카페에 있는 시간만큼은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가방을 들고 커피 전문점으로 피난을 왔다. 동네 어귀에 가성비도 좋고 멋진 음악과 친절한 아르바이트생들이 가득한 것에 감사하는 사람은 나 하나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넓은 집에 나만의 서재가 생긴다면 카페로 피신하는 일을 그만두게 될까? 

  사실 진짜로 생겨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가끔은 카페로 피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카페가 좋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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