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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엄버 May 05. 2023

후암동 비둘기

15년 전에 살았던 후암동에 다녀왔습니다.

후암동을 찾아 떠난 여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지하철 출입구부터 기억이 나질 않터군요.

기억을 더듬어 찾아 나온 출입구는 후암동이

아니었습니다.


너무도 많이 변해버린 서울역 풍경 탓에

매일 다니던 길을 찾아 헤매었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찾아간 길 끝에

새로 단 간판에 낯선 후암시장이 있었습니다.


자주 가던 분식집도 치킨집도 사라져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서울은 돌아와 보면 늘 다른 얼굴로 마주해야 합니다.

이곳도 역시 그랬습니다.

어반스케치를 하려고 찾은 후암동에서

예전에 살던 집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아직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좁고 가팔랐던 길도 여전히 고즈넉이 있었습니다.

그나마도 바뀌기 전에 찾아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라져 가는 것들에 서글퍼지는 마음도

그림을 그려 보려는 마음도

어찌 보면 같은 마음이겠죠.


그림은 그리움의 준말입니다.

그리운 것들을 상기하며 그리는  것이

어찌 보면 가장 한국사람다운 그림일 테죠.


15년 전에  후암동에서 봤던 비둘기와 오늘

본 똑같이 생긴 비둘기는 그때 그 녀석이 아니겠죠?


하지만 저는 그때 그 녀석이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거야 제 마음이니깐요. 그 녀석이 아직도 후암동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서운한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질 테니까 말입니다.


너는 그때 그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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