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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트엄버 Jun 29. 2023

장맛비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서

무게감이 느껴진다.

공기 중에 먼지나 분진 따위들은

이미 씻겨 내려간 지 오래된 듯하다.

순도 100프로는 아니지만

오로지 물만이 내린다.


무게.

촉감.

냄새까지

장맛비는 여느비와는 다르다.


냇가의 냇물이

흐르고 흘러 강물이 되듯이

시간과 속도의 과정을 거쳐

온전한 맑은 물이 되는 것처럼


장맛비 역시

시간이 저장되고

공기 중의 이물질들은 정리되어

오롯한 물이 되어 내린다.


태초의 맑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름다운 것도

아니지만


이로운 것도 아니지만

맑음이란 깨끗함으로 다가와

툭하고 옷깃에 무게와 촉감으로

만나고 또 만난다.


옷깃이 젖은 만큼의 존재감으로

다가와 중력의 흔적을 남기고

사라지겠지.


반갑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맑음이라는 또 다른 새로움으로

중력이라는 흔적을 남기고

내리고 있다. 그래도 시간의 영겁에서

다시 만나 반갑구나.

내가 살아있다는 뜻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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