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안부를 물어보면 우리 부모 세대는 늘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겨우 살지 뭐.”, “입에 풀칠만 허고 지내부러.”
이게 대대로 내려오는 겸손 세트메뉴 같달까.
몸 상태가 좋아도 “아이고, 죽겄어.”
장사가 잘돼도 “뭘 잘돼요, 그냥 망하지만 않을 정도여요.”
행복해도 “행복은 무슨, 그냥 밥만 먹고 다녀.”
이 정도면 긍정 금지법이 있는 줄 알 거 같다.
근데 나도 어느 순간 이걸 물려받았다는 걸 깨달았다.
잘 지내고 있나 생각해보면 속으로 “그냥… 포도시 살아부러.” 하고 있다.
나름 열심히 발버둥치고 있는데도 말이다.
포도시-라는 말은 전라도 방언으로 '겨우'라는 뜻인데, 대부분 '포(뽀)도시- 살어~' 이런 의미로 쓰이는데, 포도시라는 말을 할때 빠르게 바람빠지듯이 말해야한다. 그래야 이 단어의 맛이 사는 거 같다.포도시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사람 기운을 빠지게 하면서도, 또 묘하게 귀엽기도 하고 참 마음에 든다.
“예… 그냥 딱 버티고 있습니다…”
이 느낌을 전달해버리는 마법의 단어 같다고 해야 할까.
우리가 항상 대단할 수는 없지 않는가. 최소한 오늘 배는 안고프고, 내일도 일단 눈이 떠지면…
그걸로 충분히 건승이 아니라 건버티기 하고 있는 거다.
건버티기를 하다보면 언젠간 건승할 날도 꼭 올테니까!!
아주 잘 살진 못해도 괜찮고, 겨우겨우 살아도 괜찮고,
때론 널브러져 있어도 괜찮다.
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만 느끼고 있다면 그걸로 쥐죽은 듯 버티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포도시- 살어요-
아조씨들 말마따나, 그거면 됐응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