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석 감독의 ‘건투’를 보고자 아리랑시네센터로 갔다.
유석은 군생활을 함께한 인연이다. 같은 대대에 있었을 뿐인데, 간간히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 제대하고 나서 나는 유석에게 좋은 영화에 대해 물어보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나 싫은 질문일 수 있었겠다. 나도 패션을 전공했지만 여전히 잘 모르니까.
그 당시 유석은 나에게 많은 영화를 추천해 주었는데, 그중에서도 ‘마스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본인은 영화를 이야기하려면 ‘마스터’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들으니 설레었다. 하지만 난 ‘마스터’를 보지 않았다. 아직은 미뤄두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번에 폴 토마스 앤더슨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가 개봉했다.
PTA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유석이 생각났다.
마스터 만든 감독이네.
그 영화를 개봉날 봤다. 요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충격적이었다. 난 좋은 영화가 어떤 건지 잘 모르지만 이 영화는 정말 좋은 영화라는 걸 나조차 느꼈다. 유석 덕분에 난 조금 더 깊게 영화를 보고 있다. (물론 유석은 이 사실을 모른다.)
영화 ‘건투’는 유석과 닮아있다. 아니 내가 기억하는 유석과 거의 같았다.
보는 내내 유석이 생각났다. 길들여지지 않은 마음을 가진 사람. 그런 걸 느꼈다.
그런 마음을 나 또한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러면서 나는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세대는 모두 다름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어떤 면에서는 사실 모두 닮아있다고 느꼈다. 너무나도 똑같아서 모두가 나 같고 내가 모두와 같다고 느꼈다. 이 감각이 서늘하게 느껴졌다.
건투(健鬪)-
굳셀 건(健)에 싸울 투(鬪). ‘의지를 굳히지 않고 씩씩하게 잘 싸움.’
유석도, 나도 각자의 건투를 살아내고 있는 건 아닐까?
길들여지지 않은 마음을 가진 청춘은 ‘건투’를 보시라.
그리고 본인의 불완전함을 목격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