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다시금 친구 영석이와 자주 통화를 한다.
나는 밤 9시에서 10시 사이, 영석이는 스페인에서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영석이는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
요즘 우리 둘은 모두 구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적극 구직자’
그런데 이상하게도 둘 다 머리가 커질수록 ‘못하겠는 건 결국 해내지 못한다’는 생각이 더 뚜렷해진다. 그건 때때로 단점이자 약점으로 인식되어 최대 불안을 출력한다. 하지만 이제는 어쩌겠냐는 마음. 그 불안도 내 일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있다.
또한 최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꿈꾸는 대로 바로바로 이루어지는 기쁨을 겪고 그것이 나의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갔다면 이제는 실패, 불안, 탈락과 같은 과정이 지금의 정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영석이는 요즘도 일기를 쓴다. 영석이는 ‘적어놓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지만, 배우자와 함께 웃어넘기고 만다. 그 마음이 부럽다. 나 또한 지루하지 않게, 뻣뻣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
그래서 이번엔 ‘결과’와 ‘과정’을 들여다본다.
결과(結果)는 ‘매듭을 짓고 열매를 맺는다’는 뜻이다.
結은 실을 묶는 모양이고, 果는 나무 끝에 열린 열매다.결국 결과란 수많은 실이 얽히고 엮이며 매듭을 지어 비로소 열매를 맺는다 라는 뜻이 아닐까?
의도한 대로 매듭이 지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엉켜버린 실처럼 예상치 못한 모습을 남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결과는 그 엉켜버린 실조차 매듭으로 인정해 주고 열매를 맺게 된다. 비록 원했던 열매가 아닐 수 있지만 그것 또한 내 것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반면 과정(過程)은 ‘지나가는 길’이라는 뜻이다.
‘과(過)’는 걸음을 옮겨가는 사람의 모습, ‘정(程)’은 곡식이 자라며 나타나는 모양새이다.
즉, 과정은 단순히 지나치는 시간이 아니라 익어가며 완성되어 가는 여정이다.
결과는 과정을 통해 자라나고, 과정은 결과를 향해 의미를 얻는다.
요즘의 우리는 ‘과정’을 배우며 ‘결과’라는 열매를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