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학을 공부하고 또 많이 아프고 나서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을 많이 생각해 봤다.
나는 왜 그렇게 얌전하게 컸을까?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다리기만 하는 어린아이.
어른들이 신경 쓸 일 만들지 않는 아이,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아이로만 컸을까?
나는 왜 그렇게 말을 잘 들었을까?
그렇게 얌전히 말 잘 듣는 아이로 자라다 보니 지금도 그렇게 살아간다.
그때 마음껏 고집 피우고 생떼도 부리며 클 걸, 원하는 것 사 달라고 소리도 지르며 클걸.
입술을 삐죽거리며 고집부려도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할 그때, 세상을 몰라 눈치 볼 필요 없이 용감하기만 할 그때, 부모님이 웃으며 귀 기울여 줄 때 할 말 다하며 클 걸, 그럼 지금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그 어릴 적에도 나는 나의 원함보다 다른 사람들의 요구와 필요가 먼저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어른들이나 친구들에게 맞추어주며 자랐던 것 같다.
아니면 너무 평범한 내가 사랑받고 싶어서 그렇게 고분고분 고개 끄덕이는 아이로 자랐는지도 모르겠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을 기다리는 어린아이, 힘들다고 말하지도 못하고 지겹워도 참아 내는 아이, 소리를 질러본 적도 없고 의자를 걷어찰 생각은 해본 적도 없는 가엽은 어린아이가 내 속에서 조용히 울고 있다.
그 아이를 알아봐 주고 싶어서, 안아주고 싶어서 나는 지금 소리를 지르며 산다. 툭하면 싫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며, 하고 싶은 말 꾹꾹 참지 않고 다 하며 살려고 애를 쓴다.
의자는 걷어차지 못해도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은 먼저 걷어차며 산다.
그 어린아이를 위로해 주고 싶어서 그렇게 산다.
내가 할머니가 됐을 때 늙고 병든 가슴팍에서 한 여인이 울지 않도록 생떼 부리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