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빵을 굽고 쿠키도 구워본 날이었다. 베이킹을 제대로 해본 게 벌써 2년 전이라니 매정한 세월에 실감이 나질 않는다. 쿠키가 구워지는 익숙하고도 달달한 향이 내 주변 공기를 감싸기 시작하자, 나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동생과 함께 베이커리 샵을 준비하며 서울의 끝과 끝을 지하철로 매일 오가며 하루 종일 빵과 쿠키, 케이크를 구웠던 날들이 생각났다. 샵을 차리기 위해 준비했던 시간들과 찰나지만 샵을 운영하며 쌓았던 동생과의 작고 소중했던 순간들이 한 장 한 장 사진을 뽑아내듯 몇 초 단위로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간다.
‘그립다.’ 란 감정이 마음을 가득 메운다.
생각해 보면 엄청난 돈을 번 것도 아니고, 결국 가게를 접을 수밖에 없었던 성공적인 스토리로 이어진 건 아니지만 동생과 함께 지내며 수많은 얘기를 나누고, 고민도 하며, 또 함께 빵과 쿠키도 인생 최대로 많이 구워봤던 날들이었다.
그맘때쯤 동생과 나는 베이킹을 마치고 함께 저녁을 먹고 나면 근처 공원으로 매일 30분 정도 산책을 다녔다. 겨울이 지나 봄이 막 시작했던 계절이었고, 걸었던 공간의 맑은 하늘의 풍경과 주변의 초록빛 식물들, 걸으며 마주친 공원의 길냥이들까지, 마치 며칠 전 있었던 일처럼 생생한 기억들이다.
그땐 우리가 지금의 우리처럼 각자의 일과 인생을 찾아 살게 될 줄 까마득히 몰랐지. 심지어 맘대로 만날 수 조차 없는 한국 땅이 아닌 곳에서 말이야. 언제까지고 함께 눈을 뜨고 일어나 빵을 굽고, 같이 밥도 먹고 산책도 하며 지나가는 이러한 평범한 일상들의 언제까지 계속될 줄 알고 살았던 거야. 그러다 시간이 흘러 비로소 오랜만에 그 시절 내가 마주했던 날들의 같은 냄새로 인해 잊고 지낸 소중한 기억들이 되살아 나게 되고, 그제야 당연한 이치를 바보처럼 또 한 번 깨닫게 되는 거지.
그때 그 시간들이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동생과 보낸 최고의 매일들이었음을 하고 말이야.
이러한 비슷한 삶의 조각들을 맞춰다 보면 나란 사람의 행복의 기억들은 어떠한 뚜렷한 기준점을 가지고 일관적으로 쌓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여행이나 휴가를 떠나서가 아닌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할 것, 그리고 미래가 아닌 현재 시점에서 지금 행복할 것'
웅이와 함께 연애하며 살고 지낸 지 벌써 4년 반, 곧 있으면 5년이 다가온다. 순하고 침착한 웅이의 성격상 그와 다투는 일은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우리의 연애사이지만, 고질적으로 해결이 잘 되지 못한 채 끌고 온 고질적인 불화가 있다면 바로 각자가 느끼는 ‘행복의 기준점과 시기’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완벽히 타협되지 않은 이 문제로 인해 얼마 전 우리는 다시 한번 논쟁을 벌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