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웅집사 Apr 08. 2024

Ep 11 여행의 온도차



내가 여행을 떠난다면 숙소와, 비행기 티켓 정도는 우선 예매하고 그다음엔 현지에서 최소한 한두 곳 정도 가고 싶은 장소 정도는 미리 물색해 두는 편이다. 시간대 별로 무얼 할지 차곡차곡 계획하는 파워 J 까지는 못되지만 타이트하지 않게 일정을 계획해 두고 움직이는 편이다.


반면 웅이는 로드 트립 파다. 비행기든 기차든 뭔가에 태워져서 본인의 몸뚱이가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되는 경험보다는 본인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가고 싶은 루트로 이동하길 선호한다. 가다가 멋진 곳이 나타나면 쉬어가기도 하고, 지쳐 잠잘 시간이 되면 현지에서 둘러보다 숙박을 해결하는 그런 약간의 낭만끼가 어린 청춘 여행 느낌 말이다.



이렇게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는 근본적인 이유는 코앞으로 다가온 우리의 미국에서의 첫 로드트립 여정 때문이다. 미국서부에서 동부로 횡단하는 로드 트립이다. 미국 서부와 동부 간의 거리는 비행기로만 해도 5시간 여정이다. 이 루트를 차로 가려면 하루에 얼마나 주행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 하루 8시간을 운전하더라도 5일이 걸린다. 그렇지만 우리의 여정은 직통으로 뉴욕으로 바로 가는 여정이 아니라 중부 도시를 거쳐서 간다. 그래서 예상컨대 차 안에서 하루 8시간 이상 보낼 날이 최소한 6일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요즘 잠들기 전 한 침대에 누워 웅이는 로드트립을 떠날 생각에 소풍 가기 전날 설레서 잠 못 드는 아이처럼 신나고 흥분감에 넘쳐있고, 나는 곧 다가올 불안하고 불편한 여정에 숨이 턱 막혀하며 잠이 들고 있다. 우리의 풍요로운 침대는 뭔지 모를 상반되는 기운이 감돌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여행을 그냥 포기하고 웅이 혼자 보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결국에 내가 이 여정을 함께 하기로 한 건 사실 이성적으로는 아무리 이 여행이 말도 안 된다, 고생길이 보일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나 역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를 여정에 대한 약간의 기대반, 설렘반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막상 시작해 보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한다.  이건 모든 일상의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 인생의 중대한 결정에 대한 행동까지 동일하다고 보는데 어떤 경우에서든 ‘해보기’와 ‘하기’ 중 그냥 ‘하기’가 훨씬 쉽다. 적어도 30년이 넘는 나의 인생의 패턴에서는 예외 없이 ‘해보기’의 과정보다 ‘하기’가 압도적으로 쉬운 루트였다.



‘해보기’는 장대하고 구체적인 계획과 디테일이 요구되기도 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질 수 있지만 ‘하기’는 즉흥적이며 그에 대한 경험과 결괏값을 바로 알 수 있다. 이는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실수나 문제점을 바로잡게 해 줄뿐더러 기존의 자리에서 한 걸을 더 나아가는 데 촉진제이자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로드트립을 떠나기 며칠 전, 나의 이번 여행에 대한 감정의 소용돌이는 아직도 방황을 멈추지 못하고 있지만 곧 느끼게 될 것이다.


웅이와 나에게 여행의 행운이 따라 주길 바라본다.

이전 11화 Ep 10 의미 없는 것들의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