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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집사 Feb 19. 2024

Ep 04 인생을 속도가 아닌 방향으로 바라보기 2부

Oprah Winfrey- Always do the right thing


좀 더 어린 시절 나는 무모할 정도로 넘치는 용기에 참 도전적인 일들을 많이 해보았다.



대학 졸업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 한복판에 가게를 차렸다. (가게를 차리기까지의 과정도 지금 되돌아보면 시트콤이 따로 없다. 다음에 다뤄봐야겠다.) 첫 사업이었지만 나름 잘 운영이 되었는데 2년 정도 운영을 하던 도중 갑자기 ‘영어권 국가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하는 생각에 꽂혀 버린다. 그리고 별안간 동생에게 가게를 전부 맡기고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돌아와 보니 동생이 운영을 잘 해준 덕분에 가게는 잘 굴러가고 있고 2호점을 늘릴 생각에 여기저기 상권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운이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몰라도 코로나가 터져버리고 2호점의 계획은커녕 기존에 운영 중인 가게마저 부동산에 내놓으며 나의 첫 가게는 문을 닫게 된다.


별안간 가게도 직업도 사라진 나는 이제는 뭐 먹고살지 하며 고민을 하다 이번엔 베이커리에 꽂혔다.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디저트를 즐길 수 없을까 하는 발상에서 시작된 이 아이디어는 나의 두 번째 가게를 여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쯤 해서 친구로 지내오던 웅이와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친구에서 연인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함께 외국을 나가보자는 웅이의 제안에 별안간 또다시 한국을 뜨게 된다.


그렇게 웅이와 함께 세계를 돌며 여행하고, 일하며 연애하는 삶이 시작되었다. 당연하게도?!… 나의 두 번째 가게 역시 동생이 도맡아 하게 되었다! 이쯤 되면 가게를 오픈하고 툭하면 외국으로 가버리는 책임감 없는 언니를 동생은 미워할 만도, 원망할 만도 하지만 - 단 한마디의 불평 없이 나의 동생은 두 번째 가게의 뒷마무리를 잘 도맡아 주었다.



그렇게 뭐에 꽃이면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 하는 만화 속 주인공과 같은 맘으로 해보고 싶은 것들을 실행해 보며 살아왔다. 피상적으로 보이는 간결한 사실들만을 믿고서, 선택 상황들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당연히 진중한 깊이는 없고 투박한 결정들이었다. 그렇지만 좋은 의미로 어렸고 순수했기에 이런 저러한 상황들을 재보지 않았던 투명했던 선택들이었다. 환경적인 여건, 주변의 부정적인 말들은 내가 어떤 결심을 내리는 데 있어 큰 의미가 없었다. 뭔가를 선택하고 일을 벌이는 데 있어 두려워하지 않았고, 안될지라도 해보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던 시기였다.


지금은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경험들이 몸과 마음속에 쌓아가고 수없이 지나가는 인연들에게 보고 듣는 이야기들이 나를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었다. 물을 주지 않고 충분한 햇빛과 알맞은 바람이 불어오지 않으면 꽃은 필 수 없다는 사실과, 흐리고 구름이 많은 날에는 매일 볼 수 있는 해조차 못 보고 넘길 수 있는 날들도 있다는 사실들을 서서히 깨달아가는 시간들이었다.


경험치가 쌓인 만큼, 선택지를 앞에 두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좋을지 더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이러한 선택사항에 대한 기준치를 정해보았다. 그렇지 않으면 내 인생은 망망대해 속에 홀로 흘러가는 좌표 없는 돛단배처럼 이 파도에 휩쓸리고 저 파도에 흔들릴게 뻔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가수 ‘이효리’씨가 한 말 중에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어딨어요? 나한테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이 있는 거죠.’라는 말처럼 선택에 있어서도 좋은 선택, 나쁜 선택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철없던 한 시절, 큰 고민 없이 내린 단 몇 분의 결정들과, 나이가 들어 조금 더 성숙해져 쌓인 경험으로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들에 있어 좋고 나쁨이 있을까?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그 결정에 대한 결과가 좋으면 좋은 결정이고 나쁘게 풀린다면 나쁜 결정이었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까?



그렇게 쉽게 단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여러 가지 길에서 어느 길로 가겠다고 마음먹고 그 길로 들어선 순간 그 길의 끝에는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우리 스스로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맞춰 그 길을 한참 걸어 나아가며 우리는 비로소 느끼게 된다. 사실 겉으로 보기에 실수나 실패로 보였던 결정은 시간이 흘러 어떤 좋은 것들을 가져다주기도 했고, 반대로 좋게 마무리가 되었던 결정의 여파는 또 다른 문젯거리를 삶에 가져올 수도 있는 일임을 말이다.


삶에서 벌어지는 소소하고 중대한 결정들은 단순하게 수학 공식처럼 1+1=2라는 결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100점 만점의 시험지를 채점하는 것 마냥 어떤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린다고 해서 우리에게 당장 ‘이 선택은 정답이에요!’ ‘이건 잘못된 선택이에요!’ 란 정답지가 도착하지는 않는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선택의 좋고 나쁨이 없다면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기준 삼아 결정을 내려야 할까?



‘Always do the right thing’

항상 옳은 일을 해라.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인 ‘오프라 윈프리’가 한 말이다. 몇 년 전 이 한 줄의 문장을 처음 영상으로 접혔을 때 가슴 한편이 묵직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과거를 마냥 올곧고 정직하게만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인생은 실수도 잘못된 판단들도 해오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그렇지만 과거에 연연해 봤자 이미 흘러가버린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좀 더 집중하는 삶을 지향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 문장은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인생에 있어 나의 뇌와 심장을 지탱하게 해주는 든든한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해 주었다.


사소한 결정에서부터 중대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고민이 드는 상황이 오면 항상 이 문장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내가 하는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오프라 윈프리의 이 영상을 보면 그녀가 이 문장에 대한 부연설명으로 타코벨 직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타코벨에서 일하면서도 인사를 기분 좋게 해 고객의 기분을 좋게 하며, 휴지를 몇 장 더 챙겨주며 내가 당신을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표현해 주는 사람은 분명 있다. 사람은 장소 불문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생각하고 행동으로 표출할 수 있으며 그 기준은 바로 ‘본인이 생각하는 옳은 일’을 꾸준히 함으로써 드러나는 것이다.


다시 Ep 03화에서 말한 2022년의 웅이와 나의 인생의 중대한 결정 시점으로 돌아가 본다. 인생의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웅이와 나에겐 두 갈래의 큰 선택지가 놓여 있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선택지를 앞에 두고 고민해 보면서 내 마음속에서는 자연스럽게 오프라 윈프리의 ‘Always do the right thing’ 이 한 문장이 또다시 떠올랐다.


결론은 자연스럽게 두 번째의 선택지, 즉 실패할 수도 있고 돈도 시간도 그리고 에너지도 더 많이 소요될 수 있는 안정적이지 않은 길이지만, 우리가 주체적으로 우리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 보는 쪽에 베팅을 걸었다.


몇 번의 깊은 대화가 오가긴 했지만 긴 시간이 필요했던 건 아니었다. 판단을 할 수 있는 중심축이 정갈하게 놓여있기에 우리는 대화를 통해 ‘우리가 옳다고 믿는 길’을 선택하였다. 그렇게 우리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인생을 속도가 아닌 방향으로 바라본 우리가 함께 내린 최초의 중대한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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