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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집사 Feb 26. 2024

Ep 05 인생의 배터리가 떨어져 갈 때


삶이 수명을 더해갈수록 핸드폰 배터리가 줄어드는 것처럼 인생의 배터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해 본다.



영화를 보거나 넷플릭스, 유튜브, 용량이 큰 게임을 한다면 단순한 웹검색이나 음악을 듣는 것보다 배터리 소모가 빨리 그리고 많이 소모된다. 인생에도 핸드폰의 용량 큰 게임처럼 배터리를 확 잡아먹는 사건들이 종종 발생한다. 사람의 진과 영혼을 확 빼놓는 사건들 말이다.


그런 순간이 올 때 내 곁에 있는 배우자 혹은 연인의 존재야말로 그 어떤 것과도 대체할 수 없을 만큼 큰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란 확신을 해본다. 겪어봤는지 물어보면 답은 No다. 본인이 직접 보고 겪어본 것만이 진실이지는 않다. 인생은 굳이 겪어보지 않아도 이미 그와 똑같은 혹은 내가 상상한 이상으로 험난하고 힘든 길을 걸어온 이들의 스토리가 세상에 넘치기 때문에 그들의 일화를 글을 통해 혹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듣고 알아둘 수 있다. 그리곤 진심으로 느낀다. 굳이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은 정말도 겪지 않고 살아가는 게 좋은 것임을.



웅이와 함께 지내온 여정 앞에 아직 우리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만한 크나 큰 시련이나 고난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기준치는 다르겠지만 내게 있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그래도 괜찮다고 본다. 그렇지만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고, 병, 죽음 같은 경우는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들고 나아가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에게까지 그 여파가 미친다.


막연하게나마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언젠가 쥐도 새도 모르게 피할 수 없는 악마의 장난질 마냥 어둠의 그림자가 나의 인생에 혹은 웅이의 인생에 그도 아니면 우리 둘 모두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미래는 항상 열려있기에 100% 핑크빛 인생을 장담할 수는 없다.


인생의 고됨이 평생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운이 좋다면 어둠의 그림자가 닥쳐도 해결책이 있기를 바라거나 혹은 최대한 그 웅덩이에서 빠르게 헤쳐 나와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막연히 바라면서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닥쳤을 때- 인생의 바닥 끝을 봤다고 생각했을 때, 힘겨움이 주체가 되지 않는 순간이 왔을 때 내 곁에 조용히 서서 정직하고 슬픈 눈으로 나를 곧이 바라보고 있을 웅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 것이다. 사실 그는 그렇게 침착하지도 반듯하지도 않은 고양이 같은 남자지만 내가 힘들 땐 옆에 있어줄 거라는 확신이 있다. 대단한 위로를 해줄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그의 존재는 내게 힘이 될 것이다. 인생의 배터리가 줄어드는 순간 그가 나의 배터리를 채워줄 수는 없지만 (세상 그 어느 것도 줄어든 배터리를 되살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분이나 감정은 다시 활기로 가득 찰 수 있을지 언정 한번 겪은 충격과 힘겨움, 슬픔은 기억 어딘가에서 곤히 잠들어 있을 것이다.) 기진맥진해서 남은 소량의 배터리마저 활활 태워버리고 삶의 의미와 열정을 내려놓고자 하는 순간에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온몸으로 나를 말릴 것이다. 믿음이 있다. 너무나도 강력한 믿음.



반대로 나는 그에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사람일은 닥쳐보지 않으면 모른다지만 이 역시 믿음이 있다. 그의 인생에 남을 기쁨의 순간과 절망적인 힘든 상황, 인생의 밝고 어두운 양면을 곁에 함께 서서 바라보고 그 순간을 기억하며, 헤쳐나갈 수 있게 힘이 되고 싶다. 이러한 게 어떤 마음일까. 사랑이라고 정의 내려볼 수 있을까. 이리저리 생각해 보지만 그렇게 가볍게 정의 내리기엔 이 길이 정말 아니다 싶은 순간이 온다면 억지로라도 그를 떠나야 한다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순간이 오기란 지구의 중력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어려운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생각하면 사람의 마음이란 건 참 어렵다. 내 마음도 내가 파악하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어떻게 다른 사람 마음을 파악하며 해결하려 드는지- 그럼에도 털뭉치를 돌려가며 한 땀 한 땀 뜨개질 하듯 하루 하루를 안달복달 꿰매가며 인생이란 작품을 써내려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그려져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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