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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이란 어쩌면 살아내는 것

팟캐스트, 유튜브 그리고 끄적임을 시작하고 살아감이란

by 끌로드

2023.06.01 유튜브를 개시했다. 2024.07.01 팟캐스트를 업로드했다. 2025.04.03 작은 끄적임을 시작했다. 창작을 통해 살아있음을 증명하고자 매해 하나씩 나만의 일기장을 추가하고 있다. 나의 의식 속에 막연히 갇혀 표상으로 떠오르던 인식들을 외적으로 표현한다. 나의 작은 배설물은 두 눈의 동공을 타고, 두 귀의 고막을 타고, 시신경을 타고, 달팽이관을 지나 시상으로 다시 나의 의식으로 들어온다. 내적인 것에서 외적인 것을 만들어 다시 내적인 곳으로의 순환, 그 과정에서 생각을 하는 나, 타이핑을 하는 나, 말을 하는 나, 글을 읽는 나와의 만남을 하며 살아있음을 느낀다. '세상에 내가 실존한다'는 자가증명을 위해 시작한 창작이 이제는 살아있으려면 창작을 해야 한다로 바뀌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창작에 타는 목마름이 있나 보다.

가끔 병동을 돌다 보면 뜨개질을 하시는 환자분들을 볼 때가 있다. 난 환자들이 뜨개질하는 것을 가지 않는 시간을 축이는 하나의 취미생활로 치부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 죽음이란 단어의 무게를 절실히 느끼는 그들에게 주어진 하루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귀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그렇기에 그 시간 안에 뜨개질을 하는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것을. 환자가 온전히 살아가기 위한 투쟁의 방식이 뜨개질인 것을 알기에 요즘은 매번 애정 어린 한 마디를 건네게 된다.

'000님 야무진 손 기술에 000님을 닮은
곱디고운 작품이 탄생했네요.
오늘도 열심히 뜨개질해보자고요.'


마지막으로 내쉰 누군가의 날숨이 처음으로 삼킨 어떤 이의 들숨으로 순환하는 곳, 불확실한 희망과 확실한 절망이 교차하는 곳, 수많은 오답 속 해답을 찾아 헤매는 작은 영혼들로 가득 찬 곳, 그곳에서 그들이 끌어안은 아픔의 농담을 옅게 해 주고픈 간호사 끌로드입니다. 오랜 시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킨 한 사람의 철학으로 누군가에게 옅은 미소가 되어주기를 바라며 끄적임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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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