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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과 오답이 모이는 출근길

서름 즈음, 보도블럭을 내려 놓으며

by 끌로드

집에서 회사까지 걸어서 15분, 벌써 5년 남짓한 시간 동안 변함 없이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그 시간안에 나는 폴 세잔이 되어 출근 길 모든 사물을 도형으로 볼 때가 있었고, 때론 알랭 드 보통이 되어 익숙함에서 새로움을 찾으려고 한 적도 있다. 한편 복학생 문상훈이 되어 서툰 사랑에 대해 낭만적 사고를 했으며 들국화의 메인 보컬이 되어 매일그대와를 부르 짖던 젊은 초상인 적이 있다. 가끔은 알베르 까뮈가 되어 부조리극의 주인공도 되었으며 다자이 오사무가 되어 부끄런 삶을 보내기도 했다.


output_469461886.jpg?type=w1 출근 길에 훔친 폴 세잔의 시각-모든 사물은 구, 원기둥, 원뿔로 보아야한다-


태생이 참으로 소란스러워 아직까지도 내 삶은 소음으로 가득 차 있다. 나에게 맞는 주파수를 찾아가는 과정이 어쩐지 내 인생과 닮아있다. 나에게 맞는 채널을 찾기 위해 그 사이에 많은 잡음들을 헤쳐나가며 단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는 나. 하지만 그 답은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오답이 되고 다시 나만의 해답을 찾아 떠나는 나. 인생은 끊임 없이 모습을 바꾸며 다가오기에 어제와 오늘마저도 달라지는 정의가 있기에 지금까지의 나의 모든 경험들이 보도블럭이 되어 앞으로의 삶에 포장도로가 되어 줄거라 믿기로했다. 세잔도 나고, 문상훈도 나다. 수 많은 오답과 해답이 모이는 15분의 출근 길을 오늘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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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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