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무게의 방향

by 영백

그날 저녁, 교무실에서의 싸늘한 시선이 아직 목덜미를 붙잡고 있었다.

학원 문을 나서는 순간, 마치 숨겨두었던 피로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집에 들러 대충 저녁을 먹고, 또다시 까대기 현장으로 향한다.

물류센터의 공기는 언제나 차갑고 무겁다.

입구에 들어서자, 컨베이어 벨트 위로 상자들이 끝없이 흘러간다.

그 위에 붙은 송장들이 하나같이 나를 향한 시험지처럼 느껴진다.


“오늘 물량 많아요. 조심들 하세요.”

기팀장의 짧은 말. 그 목소리에 이미 긴장감이 배어 있다.


작업이 시작됐다. 상자는 평소보다 크고, 테이프는 유난히 질겨 잘 뜯기지 않았다.

손목에 힘을 주다 보니 학원에서 들었던 말들이 또 떠오른다.


‘여기선 학원 기준이 우선이에요.’

그 차가운 목소리가 상자 속에 같이 들어 있는 듯했다.


“야, 거기 조심!”

문이의 외침이 들린 순간, 옆에서 쏟아진 상자가 발목을 스쳤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니 수형님이 허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아이고… 나이 먹으니 이런 게 바로 오네.”

수형님의 얼굴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기팀장이 달려왔다.

“수형님, 잠깐 쉬세요. 나랑 문이랑 할게요.”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앞으로 나섰다.

“아니에요, 저도 할게요. 행랑은 제가 맡을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 팔과 허리엔 이미 한계가 오고 있었다.


오늘 하루의 무게가 학원에서, 집에서, 그리고 이곳에서 모두 한꺼번에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작업이 끝날 무렵, 손목이 욱신거려 주머니에서 파스를 꺼냈다. 문이가 슬쩍 옆에 와서 말했다.


“형, 요즘 표정이 많이 굳었어요. 여기 올 땐 좀 웃어야죠.”

나는 대답 대신 억지로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 웃음은 낡은 테이프처럼 금세 풀려버렸다.


퇴근길,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무게는 줄어들지 않는다. 다만, 그 방향이 바뀔 뿐이다.’

그리고 오늘 밤, 그 무게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또 하나의 상처를 남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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