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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남 조 Aug 20. 2024

은심이,은별이


날이 밝으면 맨 처음 발견하는 사람이 이게 웬 떡이야 하고 가져가겠지..


뭐든 흔한 한국에서는 돈 몇푼 안들이고도 살수있는 연장 들이지만 북한에서는 썰매며 톱,도끼와 같은 가정집 도구마저도 자기것이 없는 집들도 있었다.


번마다 빌려서 써야했고 더우기 장작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집들에서는 지금 한국의 자동차 맞잡이로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들이였다.



소달구지 멍에와 같이 앞채가 삐죽나온 부분은 나무였지만 본체는 쇠파이프로 되어있었다.

나무를 해서 싣고 소 대신 사람이 멍에를 메고 끌고 다녔다. 그런 썰매도 돈 주고 사려고해도 비싸게 주어야 살수있었다.



안전을 위해 집안 재산의 일부라고 할수있는 그런 연장들마저 버리고 왔던것이다.


아마 이제부터는 집에 땔감이 떨어지면 남의집에서 빌려서 나무하려 다녀야 할것이다.


그날 밤 나는 이집,저집 문을 두드리며 썰매 빌리려 다닐 어머니와 남동생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저리고 안쓰러웠다.


또다른 썰매 한개는 금혁이 아빠가 가져온것이였다.


거기에 실려있던 톱,도끼는 은심이 형제가 집안재산을 통털어 전부라며 들고온 것이였다.


그래도 은심이네는 남은 식구가 없지만 나는 부모님이 계시고 동생들이 있다.


나 혼자를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것을 뻔히 알면서도 들고나온게 얼마나 미안하고 후회스러운지 몰랐다.


"자.이젠 한줄로 나를 따라와.뒤쳐지면 안돼."


금혁이 아빠도 가족을 두고 떠난 걸음이라  강 너머를 바라보는 눈길이  애처러워 보였지만 이내 결심한듯 결연한 표정으로 먼저 뒤돌아 걸음을 떼면서 일행에게 말했다.


나는 언제다시 돌아올지 알수없는 약속을 맘속으로 부모님께 드리며 허리굽혀 강 너머에 인사를 한다음 그의 뒤를 따랐다


맨 앞에 금혁이 아빠가 서고 그다음은 내가 또 그다음은 은심이.은별이 준영이 으로 봉수마을 건너편 압록강변에 잠시 머물던 다서명의 그림자는 그렇게 영영 다시 돌아올수 없는 길을 떠나며 하나 둘씩 겨울밤의 어둠과 함께 잎 떨어진 잡관목과 황철나무 숲으로 스며들듯 사라져갔다.



사실  금혁이 아빠는 은심이.은별이 형제를 식당소개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기위해 데리고 떠난 걸음이였다.


그때까지 나는 그가 소개비를 꽤 많이 받는데 나도 좀 챙겨준다고 해서 사실 그대로 믿었다.

나는 나한테 챙겨주는 돈을 바래서가 아니라 부모없이 남매끼리 하루 한끼도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사는 걔네

형제가 안쓰러워 소개해준 것이였다.


그러면서도 의심은 안할수가 없었다.


한것은 전혀 안면도 없던 놈한테 당하긴 했지만 준영이 엄마도 처음엔 중국의 식당가에 취직시켜준다며 꼬드겨 인신매매에 걸렸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설마 한 동네에서 엎드리면 코 맞닿을 거리에서 살면서 매일같이 보아온 나까지 속이랴 하는 생각에 그런 의심을 털어버렸다.



금혁이 아빠는 아는 여자라고는 한솥밥을 먹으며 같이 사는 금혁이 엄마 말고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다 매일 직장일도,집안일도 제대로 안하고 밖에 나가 살다싶이 하는 금혁이 아빠와 가정불화로 이혼 문턱까지 간 금혁이 엄마한테 중국에 갈만한 젊은 여자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면 그 순간에 보안서나 보위부에 신고했거나 아니면 49호 정신병원에 후송 진료를 의뢰했을것이다.



그래서 그는 나를 꼬드긴것이였다.


준영이와 마찬가지로 어려서 아빠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몇해전 은심이와 은별이 두 남매를 남겨두고 오랜 병환끝에 험한 세상을 떠났다.


다행이 두명 모두 어린나이는 아니였고 성격도 밝은 애들이여서 둘은 부모없는 아이들 같지않게 서로 서로 지켜주고 위해주며 명랑하게 살았다.


하지만 엄마가 두 형제만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던 때는 온 나라가 속담 그대로 3일에 피죽 한그롯도 못먹던 ( 고난의 행군)시기라 은심이와 은별이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숱한 고생을 했었다.


봄 철이면 몇백리 떨어진 대홍단군이나 백암군의 농장밭에 가서 아직 채 녹지않은 언땅을 후벼내서 언감자를 주워먹으며 살았고 여름이면 삼지연군에 올라가서 들쭉을 뜯어다 팔아 식량을 사서 먹으며 버텼다.


추운겨울에도 남자들도 멀고 험해서 선뜻 가기 저어하는 가파른 산에 나무하려 허리에 바줄을 동여매고 썰매를 끌고 다녔었고 높은 산에 올라가 통나무를 해서 어깨에 메고 눈판에 끌어와서 집에가져다 추위를 이겨냈었다.


물론 같은 마을 한 인민반에어서 살지만 금혁이 아빠는 그런 이야기까지 터놓고 할 사이는 아니였던것이다.


맏이인 은심이는 내가 시 예술선동대에 다닐때 함께 있었던 것이다.


학생 소년회관 다닐때부터 엄마를 닮아 인물이 이쁘고 노래도 잘하고 화술도 잘하는 그의 타고난 예술적 끼를 알고 있었기에 내가 대학가를 마치고 예술단에서 선동대로 넘어간지 5개월쯤 되던때 제지공장 노동자로 일하다가 무직으로 놀구있던 그를 데려왔던것이다.


원래 예술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던 그는 쾌히 응했고 성악.화술뿐만 아니라 기동대 특성상 피아노,나팔과 같은 악기들도 다룰줄 알아야 하는데 정말 열심히 배웠고 항상 내가 자기를 추천해준데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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