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남 조 Aug 18. 2024

탈출


중국에 몇번 도강하여 갔다온적 있는 금혁이 아빠는 우리가 이제 곧 넘어야 할 구간의 국경경비대 잠복초소 위치와 그들의 순찰 시간과 순찰로를 알고 있었으므로 시계를 들여다 보며 체크하고 있었다.


그 말고는 모두가 처음으로 도강을 하는것만큼 두려움에 긴장되어 있었다.


나 역시 온 몸에 찌릿이 전류처럼 공포감이 엄습해 사지가 뻣뻣해짐을 느꼈다.


불과 십여미터 밖에 안되는 얼음판의를 과연 뛰어갈수 있을가 하는 근심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러 라도 용기를 내야 했다.

한것은 나이차이로는 분명 삼촌벌이지만 형님이라고 부르며 그림자처럼 따르며 이번 중국행도 나를 믿고 떼를쓰고 따라나선 어린 준영이가 옆에 있고 더우기는 은심이와 은별이 여자애들이 지켜보고 있기때문였다.


"자.~시간 다 됐다.내 먼저 내려가 보고 이상이 없으면 신호할거니까 다 같이 내려오라. 휘파람 불어서 신호할게. 그리구 내 있는데까지 내려온 담에는 무조건 저쪽 황철나무 숲까지 뛰는거다."

금혁이 아빠는 쪼그리고 앉아 당신의 말과 행동을 열심히 들으며 그의 손짓에 따라 별빛에 훤한 강 저켠을 내려다 보고있는 우리한테 조용조용 말했다.


우리 네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금혁이 아빠는 웅뎅이에서 나와 마른 잡관목 숲을 헤치고 언덕을 조심스럽게 내려서더니 허리를 굽힌채로 작년여름 장마에 지반이 허물어져 내린 철길로반위에 잠깐 서서 주변을 잽싸게 살피더니 강가로 내려서는 것이였다.


그리고는 두세번 강 아래,위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허리를 꼿꼿이 펴고는 우리한테 아무런 신호도 안보내고 성큼성큼 강을 건너는 것이였다.

혹시 무슨일이 생길가봐 숨소리마저 죽이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이빠져라 쳐다보던 우리는 깜짝놀라 서로 마주쳐다 보았다.


(뭐야~!설마 여기까지 데려다놓구 혼자 넘어가려는건 아니겠지...그럴리야~아님 신호를 보냈는데 우리가 못들었나?)


나는 혼자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가던 금혁이 아빠는 거의 강 복판쯤 가서야 멈춰서는 것이였다.
그리고는 그대로 서서 몇초간 있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그제서야 다시 반대로 돌아서서 우리쪽으로 걸어오는 것이였다.


나와 우리 네사람은 그러는 그의 행동이 조금은 당황스러워 이해가 안되는 표정들이 였었다.


우리가 의아해 하는사이 강기슭에 도착한 그는 드디어 나지막 하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면서 빨리 내려오라고 손짓을 했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듯 거의 동시에 웅뎅이에서 일어나 허둥지둥 강기슭으로 내려섰다.
맨 앞에서 내려가던 내가 먼저 그한테 도착해서 올려다 보는순간 그는 "뛰어" 하면서 강 반대켠 나무숲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의 그 한마디에 우리네명은 순간 젖먹던 힘까지 다내어 뛰기 시작했다.


강 폭이 넓어봤자 20미터 안팎이고 시간도 길어봤자 단 몇초 사이였지만 그때 그 짧은 시간과 거리는 왜 그리 길었는지 모른다.

나는 북한에서 대학 다닐때 전국 대학생 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105리를 3시간 17분으로 완주한 경력도 있었다.
달리기라면 누구한테도 지지않을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치던 나도 그밤 그십여미터 거리의 얼음판위를 뛰고서도 숨이차서 씩씩거렸다.


어쨌거나 우리일행 다섯명 모두는 다행이도, 정말 다행이도 모두 무사히 강을 넘었다.


맨 마지막에 뛰어온 은별이까지 무사히 도착한걸 확인하고 금혁이 아빠는 북한쪽에서 쫓아오거나 하는 기색이 없는지 우리가 넘어온 강쪽을 한동안 주시했다.


우리도 다같이 이제는 남의 나라 땅에서 바라보는 고향의 저켠을 그와같이 바라보았다.


우리가 웅크리고 앉아있던 자리엔 이제는 빈 썰매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는것이다.

이전 06화 도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