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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남 조 Aug 22. 2024

중국


손목 한번 잡아본적 없었지만때로는 남들의 따가운 눈총과 괜한 구설수에 오르면서도 우리는 한 동네라 가끔씩 출퇴근도 함께 하군 했었다.

금혁이 아빠가 중국에 갔다와서 식당에서 일한만한 여자 한두명 꼭 데려가야 되는데 라고 할때 제일 먼저 떠오른 애도 은심이였다.


첨엔 동생 은별이까지는 데려갈 생각이 아니였었다.
언니인 은심이가 넘어가서 겨우내 식당에서 일하면서 돈을 벌어가지고 오면 동생과 함께 한동안은 지낼수 있고 뭐든 장사를 하고 싶어하는 그에게 있어서 밑돈 마련이 될까 싶어 은심이한테만 이야기했던 것이다.

나는 금혁이 아빠한테서 들은 그대로  - 장백에서 그리 멀지않은 시내에 숨어서 식당일을 해주면 월급 중국돈 3천원을 준단다.나도 그를 따라 가서 근처 남의집 허드렛일을 해주고 돈 좀 벌어볼가 하구 따라가려구 하니 너도 같이가서 겨울이 지날때까지 몇달간 벌어오라.-   하구 이야기 했다.

내가 뜸을 들이다가 힘들게 말을 꺼내서 채 맺기도 전에 은심이는 펄쩍 뛰였다.

가다가 잡혀 개고생하는건 둘째치고서라도 어떻게 동생을 혼자두고 떠나느냐는것이였다.


다시는 그런말 꺼내지 말라며 화내듯 손사래까지 내저으며 나한테 말했었다.

나는 그러는 그에게 일단 나는 금혁이 아빠따라 갈터이니 너도 잘 생각해보라고 일러두고 왔다.


그런데 다음날

직장에서 퇴근한 이후 은심이는 나를 찾아와 갈거면 은별이를 데리고 함께 가게 해달라는 것이였다.


당황한 나는 혼자 결심할 일이 아니였으므로 금혁이 아빠한테 물어보마 라고 했다.


금혁이 아빠한테 찾아가 이야기 했더니 그는 엄청 반기며 같이가도 된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가 설마 나까지 속이며 그들을 그들을 팔아버릴 음흉한 속궁리를 하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그가 죽던날 밤. 꽁꽁 언 내손을 그러안듯 잡고 사실을 고백해서야 나는 그가 은심이 형제를 식당가에 소개차 데려 온것이 아니구 이전부터 넘나들며 안면을 익힌 조선족 로반( 중국어에서 로반은 한국어의 사장과 뜻이 유사함) 한테 팔아 넘기려고 했음을 알게되였다.


그러기 전에는 나는 단지 자기가 다니는 집 주인이 식당을 운영하는데 젊은 여자 일손이 모자라 데려간다는 말을 그대로 믿었던 것이다.


준영이는 나이가 너무 어려서 절대 안된다고 짐만 될뿐이라며 데려갈수 없다는것을 내가 고집을 부렸다.
걔를 데려갈수 없으면 나도 안간다고 했다.


물론 내가 안가면 은심이네도 한 동네라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금혁이 아빠만을 믿고 가지는 않을것이였다.
내 고집에 마지못해 준영이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였지만 준영이는 이미 내 가족.내 형제의 일부가 되여있었다.


원래 천성적으로 남의 말을 잘 믿고 정을 잘주고 한번 준 정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내 성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준영이는 이제 나의 일상의 한부분을 같이하고 있었다.
지금도 억장이 무너지도록 후회스러운건 그 정때문에, 그 일상때문에...그리고 그 못난 고집때문에 어린 준영이를 죽음으로 떠밀었지 않았나 하는생각이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우리 일행은 다섯명으로 늘어났고 도강날자와 시간을 정하고 실행에 옮겼던것이다.

" 자. 이제는 맘 놓아두 된다.다들 긴장 풀어라..여기서 쪼꼼만 걸어내려가믄 된다."

북한쪽은 장마때에 강변이 씻기고 허물어져 엉망이지만 중국쪽은 산 사태에 대비해 성벽처럼 면이 매끄럽게 성벽처럼 쌓아올렸다.


그 제방을 톱아서 기어올라 국경순찰 도로겸 백두산 관광도로로 사용하려고 새로 확장 공사한 길위에 일행이 다 올라서자 금혁이 아빠가 말했다.

" 우리쪽은 경비대 새끼들이 수시로 걸어서 순찰하지만 얘네는 밤에는 거의 순찰 안한다.그리구 가끔씩 차타구 순찰돌기때문에 멀리서 차 불빛이나 소리 들리믄 숨으면 된다...음.아직 시간 있구나. 담배 한대 피우구 가자. "

길 옆에 삐죽나온 조금 커보이는 돌멩이 하나를 앉으려고 더듬으며 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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