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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남 조 Oct 13. 2024

첫 식사


준영이까지 세배를 마치자 금혁이아빠는 단에 올려져 있던 열매들을 그 옆에 모아놓았던 열매들쪽에 내려 놓으며 말했다.


" 자~ 이쪽으로 오라, 너네 밤새 아무것도 못 먹구 눈길을 걸어오느라 힘들구 배고플텐데 여기 앉아서 조금씩 요기라도 하자.."


바로 옆에 서있던 나는 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는 얼른 그중에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도토리 한알을 주어들어 장갑위에 놓고 이리저리 보다가 통째로 입에 넣어 보았다.


그런데 이크~~어찌나 딱 딱하게 말랐는지 이가 부러져라 깨물어도 씹을수가 없다.


어떻게든 먹어보려고 입안에서 이리저리 굴리며 턱이 아플정도로 깨물어보았지만 쪼개기는 커녕 이빨자국도 낼것같지 못했다.윽~윽 하고 몇번 용을 쓰다가 나는도저히 안될것같아 끝내 뱉어내고야 말았다.


"으~음, 야~~이거..씨베~도토리는 못 먹겠다."


" 흐흐..나 참..너 이빨이 무슨 멧돼지 이빨도 아니구..그걸 씹어 먹겠다구...걔네는 돌덩어리두 씹어먹는 이빨이구 너는 익은 밥알이나 씹던 이빨인데..욕심은~~"


금혁이아빠가 그러는 내 모양이 한심했던지 핀잔을 주는 소리다.


" 아니. 그럼 먹지도 못할거 알면서 왜 주워왔소?"


 분풀이라도 하듯 금혁이 아빠한테 물어보며 나는 말했다.


" 기다려 봐라. 일단 도토리는 놔두고 다른거나 조금씩 나눠먹자."


그러면서 그는 달래기라도 하듯 나한테 생열귀 한줌을 건넸다.


뭐~기다리면 뾰족한 수가있나? 돌멩이라도 있으면 부숴볼텐데 땅속에 박혀 얼어붙은 돌멩이를 무슨수로 빼낸담..


나는 도토리를 깨물었던 턱이 뻐근해서 한손으로 만지며 그가 내미는 생열귀를 받아 한알 입에넣고 혀끝으로 굴려가며 이빨로 달짝지근한 껍질을 벗겨 먹고 씨는 뱉어버렸다.


손으로 했으면 좋으련만 언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이지를 않기 때문이였다.


얼어서 말락 말락 하고  종이장보다 더 앒은 그 조그마한 열매 껍질이 씹혀서 목구멍을 타고 넘어는 갔지만 얼마나 양이 적은지 배에 기별조차 안간다.


그렇게 몇알 더 먹어보다가 나는 내가 따온 마가목 한송이를 집어들었다.


상해서 반쯤 까맣게 색이 변한게 절반 이상이여서 골라 먹으려다가 그냥 밑둥을 쥐고 이빨로 훓어 와작~와작 씹어 먹었다.


그런데 이번엔 쓰다. 써도 여간 쓰거운 정도가 아니라 역겨울 정도로 쓰다.


그래도 삼켰다.


준영이도 그러는 나를 따라 우득~우득 쓰고 딱딱한 마가목을 씹어 먹는다.


배 조금 아픈것보다 고픈게 더 견디기 힘들테니...이제 고등중학교를 갓 졸업하고 17살, 한창 먹을나이인데 정오가 다 되오도록 암것도 먹지를 못하고 그 힘겹고 먼 눈길을 밤새 걸어왔으니 지금 얼마나 배가 고프랴.


은심이와 은별이는 생열귀 몇알씩 쥐고 껍질을 발라 먹는다.


그들도 배고프고 지친건 마찬가지일텐데  여자애들이라 쓴 마가목 열매는 못 먹겠는지  상하지 않은것들만 골라 몇알 먹다가 그냥 내려놓은것이다.


금혁이아빠도 얼마 안되는 생열귀는 그대로 두고 마가목을 몇알 씹더니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단단해보이는 긴 나무가지 두개를 집어와 슥~슥 비벼댄다.


나는 그제야 좀전에 기다려보라던 그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됬다.


옛날 원시인들처럼 마찰열로 불을 피워 도토리를 구워먹으려는것이다.


눈치빠른 은심이는 재빨리 몇걸음 떨어진 자작나무에 가서 트면서 저절로 벗겨져 바람에 나붓기는 껍질을 벗겨와서는 금혁이아빠 곁에 바짝 다가섰다.


그걸 본 금혁이아빠는 빠른 속도로 나무가지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한참을 삭~삭~삭 비벼대던 그는 나무가지를 들어 볼에 살짝 대보더니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는지 더 열심히 문질러댔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쪽팔로 힘들었던지 그자리에 풀썩~주저앉은 그는 왼손에 들고있던 나무가지  한쪽끝을 눈에 박고 한쪽은 가슴으로 밀어 의지하고 두손으로 오른손에 들려있던 나무가지를 붙잡고 대패밀듯이 밀어댄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바램과 달리 불이 쉽게 일어날것 같지 않아 보였다.


" 아이구. 씨베~팔이 아프다. 니 좀 해봐라."


금혁이아빠가 신경질적으로 한마디 내뱉더니 일어서며 나한테 나무가지를 내민다.


나는  그 나무 가지를 잡고 금혁이 아빠 하던대로 앉아 팔에 힘을주어 문지르기 시작했다.


한 오분쯤 지나니 팔이 뻐근해지고 나무가지를 쥔 손도 아프다.


아까 금혁이아빠 하던대로 볼에 살짝 대보니 따뜻하긴 한데 불이 일어날 정도로 뜨겁진 않다.


" 이게 불이 붙을것 같지않은데...뜨겁지도 않소. 원시인들은 어떻게 불을 지핀거지?"


분명 고등중학교 역사시간에 문명이 없던 그 시절에 원시인들이 나무를 문질러 불을 일궜다고 배웠고 교과서에 그림도 그렇게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죽어라~아무리 문질러도 뜨겁지도 않으니...우리가 원시인들보다 더 못한건가? 아님 그들보다 문지르는 힘이 약해선가?

불은커녕 미세한 연기조차 볼수있을것 같지 않았다.


금혁이아빠도 내가 볼에 댔던 나무가지를 뺐다싶이 쥐고 다시 볼에 대보더니 " 이~구. 이거 안되겠다. 괜히 맥만 빼겠다." 하며 쥐고있던 그 나무가지를 휙~던져버리는것이다.


옆에서 혹시나 하고 서서 지켜보던 은심이랑 다른 애들도 실망의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도토리는 그림의 떡이 되고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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