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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남 조 Oct 06. 2024

이상한 열매


" 어~~~그래? 그럼 밑에서 살짝 인기척이라도 내야지...놀래서 떨어질번 했잖아."


" ... "


" 뭐~ 그래도 내 발자국인거는 잘 알아봤네..ㅎㅎ 너 아까 배 아픈건 좀 일없니? "


" 네~~ 배안에서 꾸륵, 꾸륵 하긴하는데 아픈건 쪼꼼 일없습니다. ㅎㅎ, 내 다~다른 사람 발자국은 몰라도 혀, 혀, 형님 발자국은 딱 보면 압니다."


" 그래? 어쨌거나 마침 잘 왔다. 준영아. 내 마가목 따서 니 옆의 눈 깊은쪽에 던지면 주워라."


" 네. 알았슴다.던지쇼."


나는 이미 얼어서 맘대로 펴지지도, 굽혀지지 않는 언손으로 겨우 조심스럽게 마가목을  한송이,한송이 따서 준영이 옆에 내려 던졌다.


올려다 볼땐 많은줄 알았는데 겨우 네송이다.


그것도 한송이 빼고 나머지 세송이는 그닥 상태가 좋지 않았다.


쭈글쭈글 누렇게 마르고 벌레먹어 시커먼 열매를 빼면 쥐똥만한 열매가 몇알 달리지도 않은 것들이였다.


수고한 노력에 비하면 보잘것 없었지만 그래도 기뻤다.


나는 내려갈때 또 한번 엉덩방아를 찧었다.


손이 얼어 꽉 잡지를 못하고 몸과 팔로 얼음같은 나무를 그러안고 수직 슬라이드를 타다보니 속도를 제어할수가 없었던것이다.


그런 내 모습이 우스웠는지 준영이는 추워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써커스 하듯 빙그르르~ 돌면서 떨어지는 내모습이 우스워서 입술을 오무리며 키득 거린다.


" 새끼, 남은 아파죽겠는데 웃긴.."


나는 악의없이 한마디 하고 일어서며 준영이가 눈위에서 주워 내미는 마가목 열매들을 쳐다보았다.


상하든 어쨌든 모아 놓으니 꽤 돼보인다.


" 음~~됐다.뭐 더 다른거 찾아봐두 어디 담아갈만한게 없으니 일단 그냥 가자."


" 글게요. 옆차개 넣을수도 없구..무슨 봉다리 같은것두 없구..."


나는 준영이 쓰고있는 금혁이아빠 목도리를 벗으라고 말하려다 딱밤 한대만 살짝 때려도 부서져 버릴듯한 얇은 살얼음장같이 얼어있는 그의 얼굴을 보구 말을 삼켰다.


" 줘라. 너 그렇지 않아도 추운데 내 손바닥에 들고 가마."


나는 준영이한테서 마가목을 장갑위에받아들고 오던길쪽으로 돌아섰다.


" 아~잠깐. 혀, 형님. 이것 좀 보쇼. 머 먹는게 마 맞는지."


준영이는 막 걸어가려는 나를 불러세우더니 좀전에 눈위에 떨어진 마가목을 줍던 바로 옆에서 까만 뭔가를 장갑으로 퍼서 입으로 눈을 훅~불어내더니 나한테 내보이는것이다.


자세히 보니 열매다. 그런데 처음보는 열매다.


매젖처럼 곤청색 비슷한데 새까맣고, 길쭉한 모양이긴 한데 매젖은 울퉁불퉁 하게 생겼는데 이건 매끄럽고 반짝거리기까지 한다.


그리고 매젖은 한쪽끝이 배꼽처럼 옴폭 패여있는데 이 열매는 양쪽 모두 매끈하고 굳이 표현하자면 흡사 모양이 베개통 같이 생겼다.


후에 나는 한국에 와서 그날 준영이가 보여준 원한의 그 열매 이름을 알아내려고 검색도 해보고 강원도쪽 캠핑이나 놀려가면 전통시장 약초 장사 하시는분들한테 생김새를 말해주고 물어도 보았지만 끝내 이름을 알아낼수가 없었다.


보기에는 먹음직스럽고 달콤한 즙이 나올것같이 생기긴 했는데 이름도 모르고 먹어본적이 없는 열매다.


" 어디서 땄니?"


" 형님 발자국 따라 오, 오다가 봤는데 많이 달려 있어서 하, 한알만 먼저 따가지구 왔습니다.형님한테 물어보자구."


" 그래? 히야~너 확실히 눈이 보배구나. 같은 길 오면서두 나는 못봤는데.."


" 헤,헤~요 아래 멀지 않습니다. 같이 가보기쇼."


나는 일단 따가지구 가서 금혁이아빠한테 먹는열매 맞는지 물어보기로 하고 준영이를 따라 좀전에 올라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갔다.


한참을 안가서 준영이 왼손으로 가리키는 아래쪽을보니 아닌게 아니라 까만 무언가가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여름에 은방을꽃처럼 한줄씩 매달린 탐스러워 보이는 열매가 주렁 주렁 매달려  있는게 아닌가.


내가 올라올땐 앞만보고 오느라 잡관목 덩굴에 가려 잘 보지 못했던것 같았다.


꽤나 많이 달려있었다.


나는 마가목을 깨끗한 눈위에 조심히 내려놓고 가슴높이쯤 되는 그 열매들을 한손으로는 나무가지를 잡고 다른 한손으로 알알이 따서 준영이의 잡갑낀 손위에 올려놓았다.


벌레가 먹었거나 말라서 쪼그라든것 하나없이 모두가 탱탱하고 탐스러웠다.


마지막 한 줄은 열매가 매달린 나무가지채로 꺽었다.


금혁이 아빠한테 생긴 그대로 보여주고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마지막 한알도 남김없이 따고나니 내민 준영이 장갑낀 손위에 수북히 쌓일정도로 양이 꽤나 많았다.


" 이만하면 수확이 괜찮네, 자~ 이젠 가자."


우리는 둘 모두 양손에 열매들을 받쳐들고 아까 앉아있었던 공터를 향해 조심조심 걸어갔다.


거의 다달을 무렵 " 저기 쟤네도 온다." 라는 금혁이 아빠의 목소리가 들린는걸 보니 이미 그들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것이다.


아마도 나와 준영이 가는걸 보구 하는 말 같았다.


나는 우리보다 빨리온걸 봐서는 그들은 열매나 먹을수 있는걸 먼저 찾아서 가지고 온것같아 그게 뭘지 궁금해서 걸음을 재촉했다.


나와 준영이가 불상 모시듯 양손에 열매들을 받쳐들고 가까이 다가가자 금혁이 아빠는 " 너네도 뭘 많이 가지고 오네~ㅎㅎ" 하며 반색을 했다.


" 그런데 경호 들고 있는건 마가목이구...꼬매 손에 있는건 뭐야?"


" 야~~나두 몰라서 금혁이아부지 알겠는가해서 그냥 따가지구 온기요."


" 그래? 어디보자."


나는 내 손에 들려있던 열매가 한줄로 나란히 달려있는 나무가지를 그에게 내어 주었다.


그리고는 금혁이 아빠앞에 마가목을 내려놓으며 보니 그들도 도토리며 마가목이며 생열귀 따위 열매들을 꽤나 따고 주워서 가져다 놓았다.


나와 준영이 가지고온 열매들도 한쪽에 쌓아놓으니 비록 얼어서 차갑고 말라서 우리 다섯명이 배는 채울수 없어도 한끼 요기는 때울수 있을정로 양이 돼 보였다.


" 이거... 나두 처음 보는 열맨데...보기는 먹음직 스럽게 생겼네."


은심이와 은별이도 가까이 다가와 구경했다.


" 그러게요. 나두 산에 꽤 많이 다녔어두 이렇게 생긴 열맨 첨 봅니다. 별아. 너두 이거 첨 보지?"


금혁이아빠 손에들린 열매를 보며 은심이가 동생 은별이 한테 물어보는 말이다.


은별이는 그러는 언니의 물음에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금혁이 아빠는 그중 한알을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따서 입에 넣어 끝을 살짝 깨물어 보더니 이내 퉤~퉤 하고 내뱉으며 인상을 찌그린다.


" 이거... 먹는게 아닌것 같다. 버려라."


"  맛이 어떻소?"


내가  찌그리는 그의 인상이 우스워 엷은 미소를 띄우며 물어보는 말이다.


" 쓰다. 끝맛이 쪼금 달짝지근 한것 같긴한데...퉤~퉤, 무슨 물고기 비린내 비슷한게 난다.에 익~~퉤, 퉤 "


나도 준영이 내려놓았던 열매들중에 한알을 언 손가락으로 집어들 자신이 없어 장갑낀 손으로 쓸어서 다른 손위에 올려놓은 다음 입술로 물고 끝을 깨물어 보았다.


내가 그러는 모양을 보고 준영이도 따라한다.


그런데 정말로 쓰다..그냥 쓴게 아니고 비릿하고 쓴맛이다.


딱히 물고기 비린맛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그 비슷하긴 하다.


그러면서도 끝맛이 달짝지근 하긴 하고...


준영이는 한알 통채로 입안에 넣어 씹어본다.


배가 많이 고프긴 고팠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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