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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남 조 Oct 03. 2024

열매를 찾아서


" 이쯤에서 서로 흩어져서 차아보자. 멀리는 가지말구. 나무꼭대기랑 잘 보구 짐승발자국이 있구 뚜져놓은 자리 보이면 잘 살펴봐라. 분명 도토리나 뭐이 있을기다."


금혁이 아빠는 잡관목이 빼곡한 숲에 들어서자 나하고 은심이 한테 말했다.


" 알았소.난 그럼 음~저쪽으로 함 가보겠소."


나는 왼쪽 경사가 쪼매 가파로운 방향에 표면이 매끄러운 키큰 잡관목숲을 향해 가고 금혁이 아빠와 은심이는 좀 더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나무위랑 아래를 살피며 한 삼사십미터를 가는데 한 나무아래 짐승발자국이 어지럽게 나있어 뭐라도 있을듯싶어 그쪽으로 향했다.


아닌게 아니라 가까이 다가가 보니 눈위에 빨간 열매같아 보이는 동그란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기쁜마음에 허겁지겁 가서 눈위에 떨어져 반쯤 박혀있는 열매를 장갑위에 들고 찬찬히 보니 오호라~~진짜 마가목열매가 분명했다.


나무위를 쳐다보니 노루나 초식동물이 먹다가 키가 모자라 못따 먹었는지  어른 키 두배정도 높은곳에 마가목 몇송이가 그대로 달려있는게 아닌가.


( 와~! )


나는 속으로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내 발목만큼씩이나 굵은 나무라 타고 올라가도 괜찮을것 같았다.


나는 나무를 타기위해  장갑을 벗어 눈위에 놓고 패딩 지퍼를 가슴높이까지 내리고 양손을 겨드랑이에 끼고 온기를 주다가 다시 꺼내 손바닥을 마주 삭삭 비비며 언손을 녹였다.


그런다음 다시 장갑을 끼고 나무를 타기 시작했다.


그런데 워낙 표면이 매끄러운 나무라 붙잡고 두번을 개구리 뒤다리질을 못하고 바로 미끌어 떨어졌다.


무작정 매달려봤지만 마음 같지를 않았던것이다.


나는 올려다 보며 궁리하다가 이번에는 나무와 나무사이를 양발로 밀어 의지하며 올라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1미터 남짓 올라서서 쫌만 더 오르면 열매가 손에 잡힐듯 할즈음 또 미끌어 떨어졌다.


그런데 아뿔사,

 떨어질때  어께를 나무에 부딫이며 떨어져 악~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그리고는 저절로 " 음~~" 하고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내며 바닥에 그대로 앉아 한참이나 고통에 신음했다.


( 아~~씨베. 손만 얼지않았으면.. 맨손으로 올라갔더라면 금방인데..)


나는 나무에서 떨어져 아픈 고통보다 눈앞의 열매를 따지 못한 아쉬움이 더 컸다.


오르지 말고 흔들어 떨구면 되지않을까  생각하다가 나무 굵기를 보며 머리를 저었다.


살아있는 나무니 물먹은채로 얼어있어 발로 차거나 손으로 흔들어도 돌기둥처럼 끄떡없을것이기 때문이다.


그림의 떡이란게 지금 내 상황을 두고 지어낸 말 같았다.


고통을 참느라 얼마나 오래 앉아있었는지  엉뎅이가 차가워졌다.


아파서 그대로 눈위에 앉아있다보니 매섭게 추운 날씨인데도 눈이 녹으면서 젖어든것이다.


나는 그제서야 일어나 장갑으로 엉뎅이 눈을 툭,툭 털고 다시 위를 쳐다보며 한손으로 부딫힌 어께를 부여잡고 나무 주위를 돌며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벙어리 장갑 낀 손으로는 나무를 꽉 잡을수가 없어 또 미끌어 떨어질게 뻔했다.


나는 다시 장갑을 벗고 겨드랑이가 선뜩해질때가지 손을 끼워넣고 기다렸다가 꺼내 입김으로 호~~하고 녹이며 손등이며 손바닥을 엇바꾸어 비비며 마찰열을 냈다.


포기하기엔 포도송이마냥 달려있는 마가목의 유혹이 너무컸고 배도 너무 고팠기 때문이였다.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이번에는 나무 밑둥을 발로 탁,탁 차서 신발 바닥에 붙은 눈을 털어내고 장갑으로 비벼서 말끔히 없앤다음 맨손으로 나무를 부여잡아보았다.


그런데 잡자마자 나무가 아니고 언 쇠덩어리를 만지는것같이 차가웠다.


도저히 맨손으로 안될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뜀박질로 솟구치며 다시 맨손으로 나무를 잡고 발로 지지하며 오르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좀더 높이 올랐을까.


오르기 시작해서 몇초 지나자 손바닥이 얼어 터질것같은 아픔이 팔을 타고 뇌까지 전달되는듯 고통스러웠다.


나는 칼로 쑤시는것 같은 아픔에 안될것같아 가까스로 옆 나무 가지를 발로 밀어 의지하고 양 팔로 오르던 나무를 그러안고 손을뗀 다음 입김으로 호~호 하며 불다가 겨드랑이에 끼고 한참을 그대로 매달려 있었다.


위를 쳐다보니 나무 굵기가 가늘어져 장갑을 끼고 잡힐것도 같았다.


한번만 더 개구리 뒤다리질을 해서 오르면 열매도 손에 닿을것 같았다.


한참이나 언손의 아픔이 멎을때까지 그러구 있으려니 이번엔 뻗치고 있는 다리에 쥐가 날것같이 저려든다.


나는 채 녹지 않은 손을 다시 장갑에 밀어넣고 젖먹던 힘까지 다 내서 끙~하고 버티고 있던 나무를 밀어 탄성을 얻은다음 그힘으로 한번 더 솟구치며 머리 위 나무가지를 잡았다.


다행이 손에 잡혔다.


재빨리 부러진 나무 가지 밑둥에 발 안쪽을 간신히 걸쳤다.


미끌어지지 않기위해 단단히 밟고 발을 바꾸어 다른 나무 가지를 밀고 뻗친후 위를 쳐다보는 순간 팔 반기장 높이에 드디어 탐스런 마가목송이가 보이는 것이다.


크지않은 겨우 몇송이지만 나는 시리고 아픈 고통이 순간이나마 잊혀지는것 같이 너무 기뻤다.


손을 뻗쳐 조심스레 열매송이를 따려는데  밑에서 준영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 어~~~형님. 조심하시오."


나는 그소리에 깜짝놀라 순간 디딤발이  미끌어지며 떨어질번 하다가 다른손으로 잡은 나무가지덕에 겨우 지탱하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발이 미끄러지는걸 본 준영이도 " 에쿠~ " 하며 뒷걸음질하며 올려다 보구있는것이다.


" 씨베. 놀랬잖아 임마~"


나는 본의아니게 입밖으로 큰소리로 욕이 튀어나와버렸다.


그리고는 추워서 오돌,오돌 떨며 나무에 매달린 나를 쳐다보는 그를 내려다보니 순간 미안해졌다.


"  근데 내 여기 있는건 어떻게 알구왔니?"


나는 다시 목소리 톤을 낮추어 물어봤다.


" 발자국 따, 따라 왔습니다.쪼꼼 앉아있다가 너무 추워서  누나랑 같이 오다가 그 누나는 아래쪽으로 내려가구 난 형님 발자국인거 같아서 이쪽으로 오다가 ...봐 봤습니다."


겨우 알아들을 정도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준영이 파랗게 얼어든 입술을 떨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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