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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남 조 Sep 29. 2024

생열귀


준영이는 한손으로 아래배를 부여잡고 다른손으로 거즈천을 받아들고는 어기적, 어기적 잡관목 숲으로 걸어 내려갔다.


" 어~우, 씨베, 불이 없어 밤새 담배두 못 피우구...너 라이타 챙겨왔어야지, 참,"


금혁이 아빠가 숲으로 사라지는 준영이를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나를 돌아보며 원망조로 하는 말이다.


" 그러게 말이오, 저녁먹구 밖에서 한대 피우구 자기전에 창문턱에 올려놓구 나올때 가져온다는게 늦잠자다 보니까 부랴,부랴 옷 입구 나오면서 깜빡 잊어먹었지 뭐요."


" 뭐, 어쩔수없지비, 냄새라두 맡아야지.너네두 졸리구 춥지? 지치기두 하구..."


금혁이 아빠는 어제 내가 준 천지담배갑을 주머니에서 꺼내들더니 갑채로 코끝에 가져다 대며 은심이네 형제를 보고 길떠나 첨으로 하는 말이다.


피곤이 몰리고 힘들고 해서인지 모자를 쓴 머리에 수건까지 돌려막은 얼굴을 언니한테 기대인 동생 은별이를 한쪽으로 안고 한손으로 바닥의 나무 꼬챙이를 주워 다른손으로 뭔가 끄적거리던 은심이는 금혁이 아빠를 살짝 한번 쳐다보구는 다시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


" 네~ 몸은 일없는데 손,발이 좀 시립니다. 그런데 여기는 다행이 해빛이 들어오구 바람도 안 불어서 좀 일없습니다.(괜찮습니다.)"


" 그래, 뭐, 하긴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쪼금 추위를 덜 타긴하지,"


그러면서 그는 담배갑 뚜껑을 제치고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 흐~~~음, 냄새 좋다."


담배 향 냄새를 길게 들이키며 금혁이 아빠는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배를 부여잡고 내려갔던 준영이는 채 몇분 안지나서 금방 올라왔다.


내려가기전보다는 인상이 펴지긴 했는데 아직도  편한 인상은 아니다.


"  쫌 일없니?"


" 배 아프던게 쬐꼼 일없어 지긴 했는데 아직 그냥 좀..."


내가 물어보는 말에 준영이 말끝을 흐리며 답했다.


아직 배아픔이 완전히 나아지지는  않았나보다.


" 꼬매야, 여기 와서  앉아라. 좀 지나면 일 없을기다."


금혁이 아빠가 언덕에 올라서는 준영이를 손으로 부르며 하는 말이다.


" 네.~었소.누나."


준영이는 금혁이아빠 부름에 건성으로 대답하고 그가 가리킨  비워둔 자리에 앉으며 가지고 갔던 거즈천을 벙어리장갑 안에 오무려 쥐고있던 손에서 내보이며 은심이게 도루 건넸다.


" 너 그거 안 쓰구 뭘루 닦았니?"


내가 준영이한테 물어봤다.


" 배아파서 내려가긴 했는데... 앉아있다가 그냥 왔습니다."


그래, 하긴 뭐 먹은게 없으니 쌀것도 없을것이다.


" 그냥 가지고 있소. 이따 다시 배아프면 쓰오."


은심이는 받으려 하지않고 준영이에게 말했다.


깨끗해야 하는 천이 이미 다른사람의 손을 탔으니 그러는것 같았다.


준영이는 한쪽 다리를 길게 뻗어 바지 주머니안에 거즈천을 쑤셔넣으며 다시 반대쪽 다리를 펴더니 주머니에서 빨간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 내 이자 밑에 내려가 보니까 새열기(생열귀)달린게 몇개 있습디다.그래서 따왔습니다."

라고 자랑스러운듯 말하며 얼어서 펴지지도 않는 고사리같은 작은 손바닥 안에서 열매 네개를 내보이는것이다.


" 어.진짜? 어디 보자 새열기 맞니?."


내가 그중 한알을 집어들고 살펴보니 모양이 일반  생열귀보다 좀더 길쭉하긴해도 맞는건같았다.


나는 손톱으로 반 갈라보려다 손이 얼어 힘이 들어가지않아 이발로 깨물어 쪼갠다음 안에 들어있는 씨앗을 보니 확실히 생열귀가 맞았다.


얼마나 배 고팠으면 똥 누다 말고 이걸 따왔으랴 하는 생각에 한쪽으로는 안쓰러웠다.


여름에 생열귀는 딱딱하고 입맛이 떫지만 서리맞은 생열귀는 만문하고 달짝지근해서 중학교 가을 농촌동원때 시골농장에 일하려 가면 자주 따먹던 기억이났다.


외할머니집도 보천 내곡리여서 방학때 놀려가서 생열귀 나무에 오르다 뾰족한 가시에 찔려 피가나서 울고불고 한던 일이랑 씨앗을 먹으면 항문이 막힌다며 나무람하시던 할머니 모습도 떠올랐다.


" 그래? 이제 좀 쉬다가 꼬매는 배두 아프구 하니까 그냥 앉아있구 우리는 조 아래 내려가서 열매나 뭐 좀 찾아보자.너네도... 힘들면 그냥 좀 쉬구 있어라."


금혁이 아빠가 은심이네를 보며 하는 말이다.


"  음~~아니. 은별이만 이 삼촌 혼자있기 심심하니까 같이 있게 하구 나두 같이 내려갑시다.별아. 너 그냥 좀 쉬구있어. 언니 오빠네랑 내려가서 먹을거 좀 찾아서 가져올게..~"


" 어~ 근데 언니두 힘든데 "


말수가 없고 활달한 언니와는 다르게 조용한 동생 은별이 언니를 걱정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피곤하고 힘든기색이 얼굴에 역역했다.


밤샘 추위에 곱던 얼굴이 빨갛게 얼어 보기에도 안쓰러웠다.


눈초리에 매달린 하얀 성에가 눈을 깜빡일때마다 찰랑,찰랑 오르내리며 만화영화에 나오는 귀여운 오뚜기 같았다.


" 언닌 아직 일없다. 그냥 앉아있는것보다 추워서 움직이는게 낫기두하구.너두 가만있음 발이 먼저 시리니까 요렇게 하구 있어."


은심이는 다리를 쭉 펴고 양발을 앞으로 모아 세운뒤 발뒤축을 땅에대고 신발앞끝을 박수치듯 탁,탁 마주치며 은별이게 말했다.


" 좀 시리긴한데 아직 일없다. 이따 시리면 그럴게."


은별이는 살짝 미소지어보이며 언니를 안심시킨다.


" 자~ 더 추워서 움직이기 힘들어지기전에 내려가보자. 경호야. 참나무 밑에랑 눈 발로 한번씩 뚜져봐라. 도토리라두 있는지."


" 야. 알았소 "


금혁이 아빠랑 나,  그리고 은심이까지 셋은 좀전에 준영이 배를 부여잡고 내려갔던쪽 잡관목 숲으로 열매찾으려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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