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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남 조 Aug 05. 2024

                          프롤로그

                                


대 도시의 빌딩 숲에서 내 뿜는 전등 불빛과 밤 하늘의 반짝이는 별빛이 한데 어우러져 온 세상이 하나의 거대한 은하계 같은 아름다운 장관을 뽐내는 여름 밤이다.


집이 아파트 2층 이여서 진 푸른 벗나무 잎새들 사이로 깜빡이는 별들을 바라보고 있느라니 두고온 고향땅이 그리워지고 부모,형제 들이랑 친척,친우들의 얼굴들이 별빛에 환상으로 섞여 또다시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다가선다.


해수로 10년여의 시간, 생소했던 이 땅에 적응하는 과정에 점점 한국사람으로 진화되여 가는 자신을 뒤돌아 보며 나 하나만 잘 살고 있는것이 모두들 앞에 죄스럽기만 하다.


가난때문에 육십을 넘기신지 2년이 지나도록 환갑상도 차려 드리지 못하고 왔는데 내가 하나원을 수료하고 세달째 되던날 집에서 걸려온 어머니 전화를 받으니 불쌍한 우리 아빠는 끝내 돌아가셨다고 한다.


집안의 맏 자식으로 태어나 얼마나 불효인가?


동료들과 함께 중국을 향해 떠나던날 밤, 어디로 간다는 말 한마디 안남기고 도망치듯 왔었는데 임종도 지켜드리지 못한 이 못난 자식을 얼마나 원망하셨을가 생각하니 죄된 마음이 더 아픈것이다.



굶주리다 못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고 아스팔트 길에 나딩구는 주인도 없는 송장들이 강물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시체의 떼를 이루던 [ 고난의 행군 ]이라 부르던 그 시절,


가족 모두 중국으로 도망간 삼촌네의 죄때문에 집마저 빼앗기고 먹을것도, 입을것도 없이 한지에 내몰려 길가에 나딩구는 막돌처럼 발길 닿이는 대로 채우며 가는 목숨 겨우 연명 하다가 나는 더이상 견딜수가 없었다.


죽기를 각오하고 사나이 얼굴에 태어나 처음으로 폭포 같은 눈물 흘리며 압록강을 건늘 때까지도 이산의 아픔이 이렇게 클줄은 몰랐다.


12월의 겨울 밤, 생과 사를 같이 할것을 약속하고 한 동네 다섯명이 한 그룹이 되여 떠났지만 강을 넘어서기 바쁘게 중국 공안에 쫓겨 지형도 모르는 백두 원시림 속으로 들어갔다가 먹지도 못하고 불도 피우지 못하며 4일간 헤메다가 끝내 나 한 사람 제외하고는 모두 숨졌었는데 그 가슴 아픔이 흐르는 시간속에 씻기지 않고 더 괴로울줄은 더욱 몰랐다.


그둘중 제일 나이어린 17살난 총각애는 나를 친형처럼 따랐었다.


그도 역시 나 처럼 집안의 맏이라 어린 나이에 기차 사고로 아빠를 잃고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나와같이 새벽이면 석탄사려 탄광까지 20여리 길을 매일같이 다녔었고 소 달구지 만한 구루마에 200킬로 이상의 석탄을 싣고는 그 길을 되돌아와 장에 내다 팔군 했었다.


그러다가 중국에 가서 몇달만 장작도 패주고 농사차비도 도와주면 한 밑천 벌수 있다는 말에 앓는 엄마 약값이라도 생기면 좋겠다며 따라 나섰는데 그렇게 값 없는 죽음을 당할줄이야 어떻게 알았겠는가...


하긴 이런 가슴아픈 사연을 안고 사는 사람이 어찌 나 하나뿐이랴.


이 땅에 정착해 살고있는 수만명 새터민 모두가 한두마디의 말로는 표현못할 나름대로의 마음속 아픈 상처를 안고 사는 것이리라...



이제는 대한민국에 온 탈북자의 수가 3만에 육박한다.


돌이켜 보면 이 나라 갈피갈피 그 어느때에 살길찾아 떠난 난민들 이렇게 많았으며 그 어느 나라 역사에 한 민족의 대이동 십년을 넘어가며 지금처럼 있은적 있었던가...


있었어도 살길찾아 떠나는 것은 죄가 아니여서 가로막는 총칼은 없었고


있었어도 부모나 자식이 떠났다고 그 가족이 대신 목숨을 바친적은 없었다.


분명 한 맥으로 이어진 제 강토,하나의 언어를 쓰는 제 민족을 찾아 가는데 그것이 어찌 역적이란 말인가...



나는 글을 써본적은 없다.


하지만 탈북과정에 숨진 통일의 영혼들을 기리는 마음에서 나의 탈북 과정과 주변에 내가 아는 새터민 분들의 마음속 아픔을 내 나름대로 그려 소설 형식으로 쓰려고 결심했다.


독자 분들이 혹시라도 지루감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사실 그대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간단히 스쳐 읽을수 있는 수기가 아니라 그들이 지옥같은 그 땅에서 살아온 피 눈물의 이야기와 걸음걸음 사선을 헤쳐온 탈북 과정을 세부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소설 형식으로 쓰려고 결심했다.



총칼의 숲을 헤쳐 도강에 성공 했어도 예까지 오는 길에 악어떼 욱실 거리는 이름도 모를 강을 건는게 몇번이고 손 끝에 피가 나도록 톱아오른 벼랑길, 헤쳐온 정글 숲이 얼마였는지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모를것이다.


지금은 일상처럼 맞고 보내는 행복과 자유가 이 나라 반쪽땅 북의 민중에게는 꿈에서 조차도 가질수 없는 소원이다.


자유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태여난 고향과 가족을 버리고 올수 있는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십년 세월 배고픔에 얼마나 시달렸으면 목숨도 버릴 각오를 하게 되는지 글을 읽으며 이해할수 있도록 나는 최선을 다할것이다.


흰 구름 넘어가는 북쪽 하늘가 그리운 그곳, 30여년 세월중에 나의 잊지못할 유년의 소중한 추억있고 온 세상 만물을 내 눈에 익혀주신 어머님의 따뜻한 사랑이 슴배어있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이미 탈북했고 지금도 탈북하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나는 멈추지 않고 쓸것이다.


장문의 글을 써본 경험도 없이 회사일을 하면서 짬짬이 쓰는 글이라 독자 분들의 많은 양해와 기탄없는 조언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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