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무게, 선택의 무게

by ssunm t

어릴 적 아버지는 늘 말의 무게를 말씀하셨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내가 뱉은 말이 화살이 되어 다시 나를 겨눌 수도 있다.”


그 말들은 어린 나에게 책임감이라는 씨앗이 되었다. 나는 쉽게 말하지 않았고, 한 번 한 말은 끝까지 지키려 했다. 때로는 책임질 말을 아예 줄이는 편이 낫다고도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욕심이 크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무리하지 않았고, 주어진 일에 충실했다. 편안했지만, 돌이켜보면 그 책임감이 나를 말하게도 하고, 침묵하게도 했다.


아이 셋을 키우며 이 원칙은 자연스럽게 육아에도 스며들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현실적으로 말했다. 된다면 된다, 안 되면 안 된다. 빈말로 희망을 주기보다는 처음부터 확실하게 선을 긋는 것이 더 낫다고 믿었다. 인생은 결국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감당하는 과정이라는 걸 일찍부터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야 깨닫는다. 아이들에게도 상상할 자유가 있었음을. 현실 너머를 꿈꿀 권리가 있었음을. 때로는 ‘될 수 있을 거야’라는 한마디가, 용기와 가능성을 키우는 토양이 된다는 것을.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AI와 자동화가 만들어갈 미래에는 정답이 없다. 아이들이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 선택의 주인이 자신임을 잊지 않게 하는 것. 실패든 성공이든, 그 결과를 감당할 힘을 길러주는 것. 그것이 내가 지켜온, 그리고 앞으로도 지키고 싶은 육아 방침이다.


그래서일까. 나 역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앞으로의 인생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그 무게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리고 아주 가끔은, 그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바람 부는 대로 걸어볼 수 있을까.
아무 준비 없이 훌쩍 떠나는 여행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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